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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님의 서재
  • 드레스는 유니버스
  • 송은주
  • 15,300원 (10%850)
  • 2023-10-25
  • : 424
📎누구나 다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모든 읽기는 제한적이고 파편적이다. 불완전한 파편들이 모여서 조각보처럼 다채롭고 끝없는 읽기의 세계를 펼쳐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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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략 기억하는 생애첫 가슴이 미어진다는 기분을 느꼈던 시기는 제인에어를 처음 읽었을때였는데, 한권내내 함께 로우드기숙학교의 냉골속에서도 굳세게 자라 변변찮고 허름한 가정교사생활속에서도 꾸준히 편지로 친교를 나누던 내친구 제인이 별 개잡놈같은 로체스터의 중혼사기를 피해 힘들게 사는것만으로도 너무 슬펐었는데 결국 부유하지만 애딸린홀애비도 아닌 쫄딱망한 늙고병든홀애비와 기어코 살겠다는 그아이를 보며 너무 화가나서 책을덮고 한동안은 쳐다도보지않았다.

몇년뒤쯤 영화속 미아와시코브스카와 마이클패스벤더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분노는 희석되지않았었는데, 내가 못되먹고 제멋대로하는 제인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미워했던 이유를 지금에서야 생각해보자면, 그의 이야기를 다읽고나서 아직도 난 개똥차폐급경차를 타고떠난 내친구가 혹시나 뒤늦게라도 돌아올까봐 아직도 정류장에 우두커니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어쨌든 이책을 읽고나서 왠지 내친구였던 제인에어와 삼겹살에 소맥한잔하는 저녁약속을 잡고싶다는 바람이 생겼으니 이제는 그의 삶을 인정하고 다시 책을 펼쳐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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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덟명의 고전속 여성주인공을 다루고있는데, 반은 읽어 이미 알고있었고 반은 아직 알지못했던 여성들이었다. 인물들의 면면은 아주 다채로워 실제로 나와 마주했다면 아주 싫어했거나 아니면 좋아했지만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다거나, 또는 참다참다 결국 손절했을것같은 사람들이라 작가의 변호들이 색다르게 다가와 흥미롭기도 조금은 수긍하게 되며 공감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문학소녀 시절과 나의 한때를 비교하며 깔깔웃기도 하고 작가의 뼈있는 농담에 피식피식 웃으며 순식간에 한권을 완독하고, 마지막장의 여주인공 큐레이션과 웹페이지 큐알코드까지 해치우고나니 괜시리 헛헛한 기분이다.
가을밤 오래된 이야기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친구들을 얼른 만나보러 가야겠다.


미음출판사의 서평단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어린시절 만났었던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이해해볼수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사족을 남기자면 큐레이션속 앤앨리엇에 대한 작가님 감상읽고 눈물🥲
아니그게 우리 앤이 조금 우유부단하고 용기없고 그러다 후회하고 끝까지 소심하지만 또그게 웬트워스 대령과의 심리묘사를 함께 읽다보면 아주존맛이거등요…
제인오스틴 소설 최애 앤앨리엇, 아픈손가락 메리베넷인사람은 조용히 찌그러져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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