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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님의 서재
  • SF 보다 Vol. 1 얼음
  • 곽재식 외
  • 12,600원 (10%700)
  • 2023-04-26
  • : 1,529
얼음을 소재로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들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었다. 다읽고 괜시리 눈머리를 꾹꾹누르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남유하 작가의 [얼음을씹다]와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파수꾼] 이었는데 작품 모두 나라면,나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거듭하게 만들었던 좋은글이었다.

나는 인간이 인간다울수 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보르네오섬에서 발굴된 삼만년전의 어떤 소년은 어린시절 다리절단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사회는 식량을 구하기어려운 빙하기에 사망한 가족을 보존식으로 말려 섭취하도록 장려하지만, 또다른 사회는 어리고 약하고 다쳐 가망없는 잉여분의 입에게도 기꺼이 음식을 나누고 치료를 하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

‘나’는 따듯함이 줄수없는 행복을 알고 배려를 가장한 시혜속의 탐욕을 혐오하고 친구의 팔목을 뜯는 어떤 입에게 ‘나’는 기어이 칼을 꽂아넣지만, 결국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도록 강제하는 상황속에서 입을 우물거리는 그를 보며 내안의 무언가가 부서지는듯했다.

산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얄팍한 말속에 지탱하는 사회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마저 그들과 같은 무저갱으로 이끈다. 나라면 어땠을까, 당장 내일모레 영하 오십도로 백년의 세월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마음도 결코 다르다고 장담할수 있을까. 긴 호흡으로 보고싶은 글이었다.

*
반대로 아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어떤 세계속에서 우리는 냉기를 그리워하며 철지난 패딩과 털모자를 부적처럼 모시고 살아간다. 약한 피부와 눈 탓에 햇빛이 강한 낮에는 활동이 어려운 노이와 붕괴사고로 다리를 저는 갈데없는 이제트, 오랜세월 아주 차갑고 외로운 ‘선샤인’은 서로를 밀쳐내려하지만 밀려나지않는, 녹아가는 영구동토층 위의 아파트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하에서 꼭붙들어매는 선샤인처럼, 가늘지만 질기디질긴 조금은 애틋하기도한 그런 관계다.

결국 물건과 이야기, 삶과 감정을 서로 교환해오던 세 사람이 둘로 변화해버린 결말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거래와 호의, 우정과 사랑 어드메를 헤매는 이야기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전이지만 비온뒤 하늘은 맑게 개고 한낮의 기온은 반팔을 입어도 제법 후끈했다. 한낮의 카페에 앉아 얼음이 가득담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얼음에 관한 여섯편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은 제법 색달랐다. 다음 앤솔로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의 가제본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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