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잠수부의 서재
  •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 사노 요코
  • 14,400원 (10%800)
  • 2024-11-25
  • : 719

사노 요코를 처음 알게 된 건 『100만 번 산 고양이』을 읽고 나서였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림책 중 최고의 작품이자 (내 눈물버튼)인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있었는데, 에세이 분야에서 헤매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하여 (그리고 제에 엄마라는 단어가 있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시즈코 상』은 그림책 작가이자 딸인 사노 요코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마주하며 겪는 감정의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로,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증오와 반감, 돌봄을 선택하는 순간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아온 복잡한 감정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다. 저자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를 미화하지도, 이해했다고 단정하지도 않은 채 끝까지 응시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다루긴 하지만, 교훈적이거나 아름다운 서사로 쉽게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일수도 있다. 저자에게는 엄마 말고도, 말없이 존재하는 아버지, 어린 나이에 죽은 형제들, 그리고 엄마를 똑같이 미워했던 자매들 등, 모두가 서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적인 가족의 서사라기보다, 서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삶에 머물르는 이야기로 읽힌다.

나는 엄마가 나를 괴롭혔던 일을 한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하나둘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더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98쪽

엄마에 대한 딸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비극이다. 그리고 이 기억은 떠올리려고 할수록 더욱 비극적이게 된다. 이 기억을 파고들면서 엄마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연민과 분노, 책임감과 냉소가 뒤섞인 감정들은 어느 하나가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하다. "나는 돈으로 엄마를 버린 게 확실했다. 사랑 대신 큰돈을 지불한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실버타운에 모시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저자는 해방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돌본다는 말 뒤에 가려진 현실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엄마의 기억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엄마, 엄마는 대체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188쪽

엄마의 삶이 불행의 연속이었다는 인식 앞에서, 삶의 행복한 말년을 묻는 질문은 잔인할 만큼 공허하다. 자신을 돌본 존재를 돌봐야 하는 딸이라는 위치, 그러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현실. 이 책은 그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저자와 엄마, 이 모녀는 서로에게 잔인할 만큼 멀어 보이지만, 『시즈코 상』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마음이 묘하게 뭉클해진다. 치매로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와 가까워지며 저자가 남긴 문장,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발을 쓰다듬었다.”는 화해나 구원의 선언이기도 하지만 서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에서 이루어진 진심어린 접촉을 의미한다. 말로는 끝내 건너지 못한 감정의 간극을, 몸의 감각으로 조심스럽게 건너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시즈코 상』이 건네는 가장 정직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부모를 사랑하지 못한 마음, 미워했던 기억, 그럼에도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노 요코는 ‘착한 딸’의 서사를 거부함으로써, 더 넓은 공감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