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서 떨어진 곳에 미동 없는 개체가 하나 있다.”
동물의 슬픔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애도의 방식을 잘 풀어낸 책. 동물을 아끼는 마음도, 동물의 ‘감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입장 모두 균형 있게 담아내어서 좋았다.
1. 슬픔의 이야기가 아닌 애도(Grieve)의 이야기. 인간은 무언가를 관찰할 때 자신의 모습을 대상에게 투영하는데, 죽음을 마주한 동물을 바라볼 때 사랑과 슬픔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 다듬을 수 없는 마음을 거룩하게 상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
2. 존재가 느끼는 '슬픔'은 다른 존재에게 과장된 주장일 뿐일까? 동물에게 슬픔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헛된 희망일 뿐일까? 같은 무리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존재로서 느끼는 ‘슬픔’에는 큰 차이가 있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슬픔을 느끼는 것도 큰 차이가 있다.
3. 애도는 팽팽하게 묶인 삶의 줄을 천천히 풀어내는 행위 같다. 이 책을 다 읽어갈 때쯤 할머니를 보내드려야 했는데, 할머니와 나의 연결에 대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생각할 예정. 내게 슬픔이 있다는 기대도 헛된 희망일 수 있지만, 굳이 엄격한 정의에 맞춰서 살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