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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의 심장
  • 조지프 콘래드
  • 15,300원 (10%850)
  • 2024-08-12
  • : 1,25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이 새로운 번역과 제목으로 찾아왔다. 그간 읽었다는 사실 외에는 내용을 잊고 지냈는데, <어둠의 심장>으로 다시금 읽어보니 인제야 제목과 내용이 하나로 묶여 기억에 남았다.


말로가 지도에서 뱀 모양의 강이 흐르는 지역을 발견하고, 거기로 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당도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겪은 경험을 현재 시점으로 앞에 있는지 혹은 잠들었을지도 모를 선원들을 향해서 털어놓는 것이 기본적인 줄거리이다.


우리는 말로와 함께 ‘커츠’라는 특별하고 재능 있다고 일컬어지는 인물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커츠가 ‘목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쉽게 사로잡는다는 대목에서 말만 잘하는 사기꾼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월등하게 ‘상아’를 수급해 왔다는 걸 보면 그의 재능도 가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단지 실제로 커츠를 만났고,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태도가 하나 같이 열광적이고 커츠를 숭배하고, 깊은 애정과 경외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신도’를 연상케 한다. 


초반에 흰 소모사를 두른 죽어가는 소년을 마주쳤을 때 우리가 상기할 수 있듯이 환경에 따른 차이가 있더라도 사람은 어쨌거나 다 사람인 법인데 (잠시 사회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고) 어떤 한 사람을 ‘신적’으로 여긴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어쩌면 ‘커츠’가 뱀 모양의 강이 있는 지역에 도착해 빽빽한 우림, 어두운 강, 북을 울리는 원주민과 필연적인 만남을 거쳐서 그러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는가? ‘커츠’는 정말로 어떤 사람인가? 

이렇게 연달아 떠오르는 의문들은 다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말을 아끼겠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또한 양질의 번역이 읽는 내내 상상력을 자극하여 어둡고 습하면서 때로는 안개마저 끼고, 가까이서 북소리가 울리는 뱀 모양의 ‘그 강’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문장을 읽으면서 난 말로와 항해를 하는 이름이 소개되지 않은 원주민이 되는 것이다. 마음에 들어 체크해 둔 문장이 여럿이지만 특별히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리고 마침내, 곡선을 그리며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떨어지던 태양이 나게 가라앉았고, 군중을 뒤덮고 있던 그 어둠에 닿아 갑자기 꺼져버리며 죽음을 맞이하기라도 할 것처럼 빛나는 하얀색에서 빛줄기도 열기도 없는 흐릿한 붉은색으로 변해버렸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41번째 책으로 나왔는데, 기존 장정과 다소 차이가 있어 더 소장 가치가 있다. 양장에, 무채색에 가까운 우림과 강 일러스트이며 금박은 동일하다. 정말 숨 막히게 예쁜 책이라 본 순간 전혀 무관하게도 내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책’이 나왔던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롤리타인데, 로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던 험버트가 바로 이 <어둠의 심장>을 발견하고 조용히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열기가 남아있는 요즘 계절에 어울리는 책이며, 끝까지 읽고서 생각에 잠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서평단 참여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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