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킨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지금껏 출판된 그의 책 6종 중 5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준다. 출간 연도로 치면 그의 다섯 번째 저서가 출간되었으니 바로 이 책 ‘원자 스파이’로, 원서가 21년에 출간된 가장 최근 작 <<The icepick surgeon>>만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대략 손에 꼽아도 나치의 전격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베를린 함락 과정, 영국 전투, 북아프리카 전투, 태평양 전쟁 등등 무수히 많다. 그 중 현대 세계, 특히 남북 분단 상황으로서의 한국과는 연결짓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역사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는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국 핵무기 개발사를 주로 언급하곤 한다. 핵무기 개발 과학 책임자 ‘오펜하이머’, 맨하탄 프로젝트, 원폭 실험과 투하 등의 이야기가 흔히 들린다. 이 책 또한 바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30년대 핵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음이 밝혀진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이러한 과학적 발견을 무기로 만들고자 한 시도와 연결된 2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핵무기 개발 시도 그리고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상대국 간의 치밀한 머리싸움에 등장하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벌이는 첩보 활동, 과학자 납치, 파괴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에서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있음을 훌륭히 입증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쓰여온 샘킨의 이야기와는 구성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기존의 책들이 소주제를 엮은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연대기 순의 순서를 취하되, 핵개발과 관련된 인물, 사건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있다. 앞선 책들과는 몰입도 면에서 더 뛰어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