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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hill님의 서재
  •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
  • 김진용
  • 12,420원 (10%690)
  • 2025-10-30
  • : 1,400

2025. 11. 22(토)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무당벌레로 글을 쓰는 작가가 파라북스의 기획출판으로 지난달 말에 내놓은 책이다. ‘무당벌레’는 육아공동체에서 부모들끼리 부르는 이름으로 아들이 군에 갈 때(책에서 전역 여부를 알 수 없다)까지 쓰니 애착을 가진 모양이다. 육아공동체, 애착이란 단어에서 드러나듯이 작가의 육아 과정을 여덟 편 영화, 네 권의 소설, 희곡 네 편과 연결하여 풀어가는 자기 고백이자 아들과 아빠의 동반 성장 기록이다. 성장이란 키가 크고 나이를 먹는 것만 아니라, 뒤돌아보며 빈 곳을 메꾸고 상처를 달래는 일을 포함한다고 본다.

 

프롤로그에서 “그래도, 아빠의 좋은 점은 어떤 게 있을까?”에 “없어”란 아들의 대답을 읽는다. 독자는 내게도 벌어진(질) 상황이란 걸 알게 된 순간, 책이 전개할 내용에 불안하고 현실 자각과 반성을 하게 하리라 예상했다.

 

“왜 말 거냐는 눈빛은 덤이었다.”와 “달리 섰으나 같은 노을에 젖어 있었다”라는 감성에세이 스타일의 문장은 “다르고 부족해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타인 간의 연결을 떠받치는 원리”라는 주제와 자녀를 어떻게 키울까보다 ‘자녀와 어떻게 만날까’라는 방향성 제시가 가진 무게를 줄이려는 장치로 읽는다.

 

보편적으로 타당한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할 수 있으니, 타인의 괴로움을 저울이자 거울로 삼아야 함을 소설 모비딕에서 찾는다. ‘차 번호판 놀이’와 ‘공통점 찾기’는 수리력과 창의성을 기대하며 아들을 교육하던 작가의 교육 열정은 “없어”라는 전면 부정에 충격을 받고, 독자마저도 아들을 밉게 여기게 한다.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20세기 민주화 과정의 고통과 상처가 있었듯이 아들과 아빠에게 ‘둘 다 부족하다’라는 냉정한 성찰은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게 한다.

‘~하자’는 문법에서 청유형이나 아들에겐 명령형으로 받아들여지니 자녀의 의사를 물어보는 언행도 강요로 여겨질 수 있음까지 확장한다. MBTI 유형의 다름으로 자녀의 심리상태를 짐작하는 작가와 MBTI 유행을 몰랐고 지금도 관심을 두지 않은 독자는 책에서 아빠와 아들의 격차보다 클 것이 틀림없다.

사르트르의 『닫힌 방』과 밀란 쿤 테라의 『불멸』이 말하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서구인들이 가진 개인주의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어 보인다. 작가는 다행히 서구의 개인주의 가치가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통해 만남의 소중함이란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는 것은 ‘곧은 나무는 그림자가 굽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라 거나 ‘신독’을 중요하게 여기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 동양의 가치와 결이 다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조지마 장로의 말은 위안을 주지 못한다. 작가는 조끔씩, 천천히, 그리고 여전히 사랑함을 말한다. 독자는 무신론자이기에 종교가 위안을 주지 못한다면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닐까? 라고, 멍청한 생각도 한다. 무조건, 끊임없이 사랑하라는 종교는 누군가에겐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으로부터 작가는 부모에게 감정 표현 연습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사춘기 자녀를 둔 아빠의 마음을 ‘나인데 나 아니면서 타인인데 타인 아닌 자녀’로 표현한다. 사춘기를 꿋꿋이 견디는 부모는 ‘인어 꼬리를 잃는 듯하지만, 다리를 얻는다’라며 다독인다. 스칼렛 요한슨의 달콤한 목소리로 기억하는 영화 <Her>를 외로운 어른의 로맨스 영화로 본 독자에게 인간과 AI의 사랑을 묻는 철학 영화이자 부모와 자녀의 성장 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적었다. 굴비구이를 만들어 숟가락마다 조기 살을 올려주는 아빠의 모습에는 작가의 아들 사랑이 듬뿍 담겼고, 생선 두어 마리를 바라보셨을 아버지의 심경이 퍼뜩 스쳐 간 저녁 식탁 같은 상황을 경험하며 아빠도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양육은 부모가 밀려나는 일’이란 문장은 루쉰이 말한 ‘기성세대는 주검으로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도록 해주어야 한다’라는 문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자식이 부모에게 던진 “그러면 뭐 하러 낳았는데!”라는 투정을 담은 분노의 사춘기 잘못이 아마도 아버지만큼 인생을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독자를 울린다.

“어느 쪽이든 부모 역할을 지탱하는 신념은 대부분 자기 기억과 상처로부터 나온다.”라며 양육은 부모의 역할일 뿐만 아니라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회초리는 없다’를 읽는 여러 독자가 자신의 실수가 훅 올라옴을 경험하지 않을까. 휴가 나온 아들이 들려주는 꼰대 부모의 두 가지 측면을 늘 기억하려 애써야 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이는 일단 멍청한 꼴통이나 위험한 중독으로 몰아붙이는” ‘오만’과 평등과 공정을 부르짖으며 자기 자식만은 엘리트로 키우거나 자기 재산만은 늘려야겠다는 욕심이 만든 ‘위선’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가 사춘기 자녀를 걱정하듯 사춘기 자녀들도 부모가 꼰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녀와 부모의 대화와 만남은 공진화하는 것이다.

 

작가가 아들 사랑하는 마음이 클지라도 독서에 힘을 쓰고, 영화에서조차 교육을 생각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아빠와 아들을 잇는 관계 인문학’이란 부제를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의 육아 경험과 자기 고백은 아빠와 아들 말고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로 확장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자녀 교육에 애쓰는 부모라면 읽어 저울과 거울로 삼을 책이다. 책의 부피가 작다고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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