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grhill님의 서재
  •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제임스 볼
  • 16,200원 (10%900)
  • 2020-11-11
  • : 1,642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2025. 10. 31(금)

 

개소리란 새빨간 거짓말을 말한다. 거짓에서 더 나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만들어 낼 때 붙일 수 있다. 개소리는 계속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많은 댓글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소리를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왜 이런 개소리가 계속되는 걸까? 과거 언론 보도를 찾아보거나, 현장에 가보기만 해도 답이 있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출입기자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탐사보도 기자만이 제 몫을 하는 기자라는 판단한다.

밈(meme)은 허위 정보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는가』의 저자 제임스 볼은 밈에 대해 매우 위험한 사건을 낳지 않더라도 이런 종류의 메시지는 개소리를 실어나르는 완벽한 매체라고 본다. 이런 정보는 선뜻 믿고 공유하면서도 이와 다른 정보를 주는 주류 언론은 믿지 않으려는 대중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적절한 순간에 등장하는데 개소리가 만드는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걷어내는 일은 프레임을 씌우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임스 볼은 개소리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여러 사례를 들어 다각도로 보여준다. 본문의 내용은 1부 ‘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 2부 ‘탈진실의 시대 개소리가 진실을 압도한다’ 3부 ‘우리는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가’ 4부 ‘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으로 구성돼 있는데 1, 2, 3부에는 주로 미국과 영국 매체를 중심으로 사례를 살펴보고 있어 내용이 지루하기도 하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 내버려두는 미디어의 오랜 관행은 거짓말을 하는 쪽에 유리했다. 온라인의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다. 영국 언론인 존 다이아몬드는 1995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인터넷의 진짜 문제는 그곳에 쓰인 모든 내용이 진실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삶과 거짓을 분간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 최근 챗Gpt로 쓰는 글도 모두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 하나는 챗Gpt로 글을 내고 책도 낸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모든 정보가 똑같이 신뢰받는 현상이 필터 버블(인터넷 이용자가 선별된 정보만 접하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효과로 더욱 극심해졌다.

왜 이렇게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기사들의 홍수 속에서 방문자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어떤 논란이든 과장 모드로 당파적인 독자들을 대거 끌어모아야 한다. 이 특별한 비지니스 모델은 결국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난다.

우리가 개소리에 제대로 맞서려면 적당히 대처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 없이는 절대로 정치적 성향을 넘어서 토론할 수 없고 그저 상반된 담론을 향해 고함치는 데 그치고 만다. 이는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해친다. 따라서 이 책의 존재 이유는 건전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다.

 

1부 : 누가 어떻게 우리를 조종하는가?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다.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은 개소리를 유포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책은 Facebook을 사례로 들고 있다. 페이스북은 매일 12억 명(2017년 기준)이 이용하는데 CNN이나 기타 뉴스 채널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영향력으로 대적할 상대가 없다. “대다수 가짜 뉴스와 개소리가 Facebook을 이용한다.”라는 문장은 출간된 2017년 미국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2025년에는 Facebook보다는 YouTube의 알고리즘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인다.

개소리가 퍼지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하는 일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흐름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책이 제시한 영국사례를 보면, 1983년 이후 영국인 4명 중 1명만 기자를 믿는다고 한다.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부동산 중개인이나 은행업자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보다 훨씬 낮다. 수 세기 동안 미디어는 정부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역할을 했기에 19세기 들어 미디어를 일컬어 ‘제4 계급’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미디어가 영향력과 신뢰를 잃으면 권력의 책임을 묻는 능력도 약해진다.

우리를 조종하는 정치인의 사례로 트럼프를 들어 설명한다. 트럼프 특유의 미디어 전략은 ‘나중에 뉴스를 주겠다는 언질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는 메카시의 경험을 따라 하는 것이다. 메카시는 ‘기저에 깔린 사실을 흥미롭고 모호하게 재구성해서 신문에 보도될 만한 사건으로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라고 평가받는다. 상원의원 메카시의 정치 생명을 키운 것은 그를 적대시한 기자들이었다. 트럼프의 호전성과 개소리 미디어 폭격은 흔히 미디어가 곧장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으로 대처법을 알아두어야 할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언급한다. 그런데 상황에서 왜 이준석이 떠오르는 것일까? 재판정에서 특전 사령관을 대상으로 개소리를 하는 윤은 원래가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개소리를 막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우리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2부 : 탈진실의 시대 개소리가 진실을 압도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장악했는가? 도널드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사실들로 이루어진 수많은 집속탄과 증명하기 어려운 의혹들을 만들었다. 적을 계속 바꾸면서 극렬한 경쟁자들조차 그의 연설 중 어떤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무시해야 하는지를 놓고 얼얼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 사회에서 음모론은 정치 담론의 주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트럼프는 미디어를 적으로 보는 대통령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3부 : 우리는 왜 개소리의 유혹에 넘어가는가

우리가 왜 개소리에 끌려다니는지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인간의 심리 구조는 유혹에 취약하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생각을 바꾸는 것에 대하여 반발심을 드러낸다’, ‘우리는 숫자 놀음에 속고 있다’, ‘집단에 동조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공통의 적은 소속감을 만들어낸다’ 등의 소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개소리가 돈이 되기에 개소리는 언론 매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고, 뉴스를 광고로 사용하는 대행사와 홍보회사도 유혹에 힘을 보탠다. 미국과 영국에서 제대로 된 기사를 보려면 기사를 71번이나 클릭해야 볼 수 있다고 제임스 볼은 지적한다. 또한 소셜 플랫폼이 가진 콘텐츠 노출 결정권도 유혹에 넘어가게 한다.

 

4부 : 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

최근 팩트 체크를 중시하는 언론과 미디어의 노력이 있다. 전부 거짓은 아니기에 더 위험한 나쁜 뉴스가 가지는 문제에 주목하자고 한다.

개소리에 맞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정치인에게는 설명하지 말라, 불평하지 말라, 가짜 뉴스에만 주목하지 말라, 학교에서 미디어 문해력을 길러주자, 내가 속한 체계를 무너뜨리지 말자, 표적광고를 대중의 감시 아래 두자, 굳이 기성 권력의 일부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미디어는 제목에 유의하자, 복잡함은 미덕이 아니다. 허공의 관점을 다시 고민해 보자. 기자들의 내부 사정을 설명하자. 독자가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도록 돕자. 사실 검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신뢰받고 싶다면 신뢰를 주는 매체가 되자. 오보만큼 정정기사를 널리 알릴 방법을 찾아 내가 얻은 콘텐츠의 출처를 떠올려보자. 가짜 뉴스 매체에 자금을 대지 말자. 과학 전문 기자에게 조언을 얻자. 새로운 공공매체를 만들자. 일부 독자가 떠나는 일을 살펴보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자와 유권자라면, 나의 필터 버블을 터뜨리자. 통계를 어느 정도 알아두자. 음모론에 굴복하지 말자. 내가 믿는 담론을 믿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해 보자고 제안한다.

 

현실은 음모론보다 복잡하다. 개소리를 구별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신중함이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정치와 언론의 개소리에 관하여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임스 볼은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심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소리란 아무렇게나 짓거리는 조리없고 당치 않은 말,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담론이다.

읽는데 쏟은 시간만큼 건져낼 것은 많지 않은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