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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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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3
  • : 8,506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2025. 10. 3(금)

2,000년대 국제정치 질서에서 경찰국가의 역할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정책이 국지전을 비롯한 전쟁과 미국과 동맹국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는 왜 트럼프가 중심인물이 될 수 있었는가? 국제질서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국과 미국이 닮아있다는 김준형의 시각은 정치체제의 변화까지 언급한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 또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리 잡았으나 국제정치는 기본적으로 혼란하고 전쟁이란 빈발한다.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세계의 안정성을 위해 국제적으로도 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크 아탈리의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를 읽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1713년 아베르 생 피에르는 <영구평화론>을 통해 무력이 아닌 ‘계약’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하자 제안했다. 현재 유럽 18개 주요국이 연합 조약을 맺었는데, 이미 300년 전에 ‘유럽의 기구’가 유럽인에게 이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비망록>에서 유럽법과 유럽최고재판소, 동일한 화폐, 동일한 무게, 동일한 척도, 동일한 법을 중심으로 건설된 ‘유럽협회’를 언급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공동의 조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1795년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른바 ‘세계시민법’이다. 헤겔도 <역사철학 강의>에서 나폴레옹을 ‘세계의 영혼’이라 치켜세우며 세계 통합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자 했다. 주세페 마치니는 1836년 <유럽과 국가>에서 유럽합중국 창설을 제안하고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세계정부를 주장했고, 빅토르 위고도 유럽합중국을 제안하며 세계 연합체의 전단계로 삼자고 주장했다. 버트란트 러셀도 1918년 진정한 세계정부 수립을 제안했고, 칼 포퍼도 1945년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무장 행정부를 갖춘 세계정부를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세계정부를 추구하는 맥락은 국제연맹, 국제연합으로 진화하였으나 냉전과 자유 제국의 횡포로 역할을 하지 못했고, 21세기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UN은 더욱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소련 붕괴로 10여 년간 유지된 미국의 패권 질서는 체제 경쟁에서는 이겼으나 빈부 격차 또는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었다. 패권체제는 2001년 9.11 테러가 미국에 심리적 타격을 입히고 대외정책을 변화시켰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소련을 붕괴시킨 자본주의가 모순의 폐해를 실제로 드러나게 하였다. 워렌 버핏이 말한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가 현실로 나타났다. 김준형은 안보적으로 9.11테러, 경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2016년 트럼피즘을 낳았다고 본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피즘은 미국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개인 차원의 우선주의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실천 방식이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심지어 독재적이며 의회를 통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를 제어하는 제도들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 안보 포퓰리즘이 생겨난다. 불안을 이용하는 자들을 저자는 ‘스트롱 맨’이라고 부른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민자, 난민, 소수자들에게 덮어씌우고, 대외적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민족주의 감정을 호소하며 외부 세력을 혐오하게 만든다. 미, 일, 러, 중, 윤을 비슷한 부류로 본다.

 

‘왜 트럼프가 중심인물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미국의 정치문화와 분열되고 양극화된 진영 때문이라 판단한다. 저자는 한국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부상은 패권 지위 상실에 대한 강박증이라고 본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의 지배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가장 큰 요인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8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 성장을 막았던 것처럼, 관세와 여러 무역정책으로 중국을 견제한다. 역사는 분명하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반복한다고 본다.

 

‘국제질서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성장, 브렉시트, 러.우전쟁, 가자지구 전쟁, 대만과 중국의 양안 관계, 한반도 분단 체제 등으로 볼 때 양극 체제,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국제질서는 ‘파편화’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국제질서에서 미국은 진영이나 이념, 가치보다는 나라별 각개격파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미국의 의도대로 국제질서가 변화, 나아가 재편될 것인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서

신성화되고 심지어 종교가 되어버린 한미동맹의 힘을 약화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평화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할 때라고 전제하고

첫째, 국제적인 연대, 트럼프에게 당한 피해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트럼프는 ‘일 대 일’로 상대하려고 한다.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양자 관계에서 미국의 압박을 이길 국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규칙, 더 평등한 규칙을 만들자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서 적은 대로 트럼프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외교 다변화를 꾀하면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키우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파트너 십을 구축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우호적이고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은 가능성을 보여 준다.

셋째, 한국 사회의 지나친 대미 의존성을 극복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넷째, 한국 정치의 양 극단화와 국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제도의 변화를 통해 다당제로 가야 하고 거대 양당이 권력을 위해 대결 구도를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주장은 저자가 속한 정당 때문일지, 학자적 소신일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2차 세계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고, 소련마저 붕괴한 국제질서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고, ‘세계정부’라는 이상을 점검해 보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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