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란 무엇일까
옥탑방 2017/09/04 17:01
옥탑방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백년의 고독 1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9,000원 (10%↓
500) - 1999-10-04
: 16,028
"옮긴이는 문장의 흐름을 임의로 끊지 않고(원본에 있는 구두점과 번역서에 있는 구두점이 같다), 단락 구분을 임의로 하지 않는 등 '스페인어로 씌어진 원본을 <단 하나의 가감도 없이> 번역하려 노력'했다"
이게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이 책을 내놓으며 내세운 알리바이다. 과연. 저런 원칙으로 번역을 하는 게 옳을까? 게다가 한국어와는 역사적으로 별다른 인연도 없는 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인데도? 안타까운건 저런 번역원칙이 옳은거라고 생각하는, 혹은 저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단어뜻풀이하고 번역은 전혀 다른 것이다. 번역은 전혀 다른 문화의 토대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을 전혀 다른 문화로 옮겨다 놓는, 그런 것이다. 붕붕 떠있는 문장들을 이미 존재하는 사전적 뜻풀이로 환원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되면 번역된 문장들 역시 붕붕 떠있는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전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얼마나 한국어 원본과 달리 영국식으로 번역을 했는지 아시는지. 그런 영국식 번역 덕분에 그 작품이 영국인들에게 읽힐 수 있었으며. 한국어 원본의 저작권자인 한강 또한 바로 그 점에 대해 번역자에게 감사해 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원본을 토시하나라도 건드리면 안된다는 발상이 문제다. 아마 마르케스가 한국어를 읽을 줄 알아서 안정효본과 조구호본 두 버전을 모두 읽었다면 안정효본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번역은 도착어(이 경우엔 한국어)의 습관과 문화라는 대지에 나무를 심는 일과 같은데, 내가 보기에 조구호본은 전혀 한국의 문화라는 대지에 뿌리를 내릴 수 없고, 그럴 생각조차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