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주문한 이 책을 오늘 받았다. 초반이지만 잘 읽히긴 한다. 번역이란게 애초에 단어 뜻풀이도 아니고 저쪽의 문화를 우리의 문화로 옮겨놓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걸 판단할 때 명백히 틀렸다고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을테지만 그저 논란의 여지를 남겨둘 수밖에 없는, 그런 판단중지의 지점 또한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좋은 책을 공들여 번역해준 역자와 출판사에게는 감사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의 역자와 출판사는 좀, 뭔가 넘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뭔가 화가 나 있는거 같다 이건 화낼 일이 아니다 그냥 잘못을 차분하게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화가 나 있는 것 같다는 나의 느낌이 그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일까?
또 하나 아무리 그래도 기존의 번역이 0일 수는 없을텐데 그게 마치 0인걸로 마치 아무 것도 아닌 걸로 그저 쓰레기에 불과한걸로 취급해버린다. 이게 가당키나한 일일까? 자신감인가?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해줄 말이 이거다. 과유불급 특히 노란색 띠지의 워딩들은 어찌나 닭살돋는지 아무리 영업상 과장을 어느정도 한다는걸 감안하더라도 진실이 어쩌고 비밀이 어쩌고 속았다는 둥 어쩌고 하는건 너무 심하다 나라면 닭살돋아서 그런 워딩은 못골랐을텐데 ... 아무튼 그렇다
그런 식이라면 기존의 역자와의 대화는 불가능해보인다. 사실을 지적하기만 하면 대화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역자와 출판사의 생각에 일부 공감이 되면서도 마치 죽일놈을 만들어버리는 식으로 기존 번역을 취급해버리는 순간 서로간에 한 마디도 말이 오가기 힘들거라는 생각이다.
나머지는 좀 읽어보고 다시 써야겠다
책을 다 읽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싶었다. 새움판 역자 등등은 왜 이토록 흥분했을까. 대략적인 감상은 이렇다. 스스로 완전무오류를 참칭하지만 않았더라면, 다른 번역판을 굳이 그렇게 쓰레기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 수 많은 <이방인> 번역 판본에도 불구하고 새움판 번역도 나름 출간될 명분 정도는 있었겠다, 뭐 이 정도다.
사소한 거 하나. 이건 그냥 궁금한거다. 뫼르소가 부고를 듣고 휴가를 신청했다. 지금 <이방인> 책이 없어서 페이지 등 구체적인걸 확인할 수는 없는데, 새움판의 경우 사흘이라고 했다. 그런데 난 이상해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문학동네판을 대조해봤다. 그런데 거긴 나흘이라고 돼 있다. 목요일 오전에 부고를 듣고 그날 오후 2시차를 탔으니 뫼르소는 사장에게 아마도 목요일 오전중에 휴가신청을 했을 거고 금요일에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아침에 일어났더니 토요일이었다. 그러니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동안 휴가였던 셈이다. 사장 입장에서는 목요일 금요일 이틀 휴가를 준 셈이고. .. 뭐 나로서는 원서 영역서 등은 물론이고 번역판도 문학동네판 말고는 없는 처지라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새움판의 경우, 좀 이상한데, 사실이라면 사소한 오류 되겠다.
뭐 사소한 오류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우스꽝스러운 이유는 이거다. 이 새움판 역자가 너무나 자신만만, 혹은 그 이상으로 너무 지나치다는 점. 그거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시는지.
결정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번역노트라고 두껍게 있는데, 다 읽지는 않았다. 처음에 읽다가 굳이 읽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정당방위. 이건 카뮈의 <이방인>을 삼류추리소설로 만들자고 작정한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뫼르소를 향해 묻는다. 왜 쐈냐고. 태양때문이라고. 이걸 읽은 새움판 역자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과 그런 의문은 뫼르소의 소설속 변호사라면 할 수 있고, 뫼르소를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변호할 때나 끄집어낼 수 있는 레토릭일 뿐이다. 하지만 새움판 역자는 이제 비분강개. 흥분하기 시작한다. 아니! 우리는 지금껏 속아왔다는거 아닌가!!! 어쩔 수 없다. 나라도 해야지. 뫼스로가 총을 쏜건 이유가 있었다는거다. 그리하여 정당방위.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를 보태기도 민망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새움판 역자 등등에게는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뭐 이건 내 견해다. 혹시 당신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생각하시라. 나와는 개인적으로 아무 상관도 없지만, 당신들은 김화영의 인격과 성과를 쓰레기로 취급해버렸다. 뭐 반드시 이게 옳은건 아니겠지만, 혹시 억울하다거나 굴욕감을 느꼈다면, 역지사지 해보시길.
읽기 전에 나름 기대를 가졌었는데, 아주 후져서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번역은 아니지만,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의 번역도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