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숨결이 바람 될 때
아르튀르 랭보 2017/02/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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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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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go on. I’ll go on.
이토록 아름답고 선명한 죽음의 과정을 본 적이 있는가.
해부 실습 초기에 나는 비장 동맥을 쉽게 찾기 위해 기증자의 횡격막을 길고 빠르게 갈랐는데, 우리를 감독하던 교수는 내 행동을 보고 깜짝 놀라며 크게 화를 냈다. 내가 중요한 조직을 망가뜨렸다거나, 핵심적인 개념을 잘못 이해했거나, 이후의 해부 작업에 지장을 주어서가 아니라, 너무 무신경한 태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별다른 말없이 자신의 슬픔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냈고, 그 표정은 그 어떤 강의보다도 내게 의학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다른 교수가 그렇게 자르라고 했다는 내 해명에 감독 교수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고, 갑자기 교수들은 얼굴이 벌게진 채 복도로 끌려나갔다.
그런 유대감이 훨씬 더 단순하게 형성될 때도 있었다. 한 번은 교수가 췌장암으로 망가진 기증자의 조직을 우리게게 보여주면서 물었다. "이 분의 나이는?"
"일흔넷입니다." 우리가 대답했다.
"나랑 동갑이군." 교수는 이렇게 말한 뒤 외과용 탐침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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