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제목만 보았을 때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이지만 『심플한 생활의 권유』(2013)는 책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불교의 ‘선禪’의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위한 스님의 마음 정리법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선 사상과 일본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선의 정원’ 창작 활동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 겐코지健功寺의 주지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 교수인 마스노 슌묘다.
선의 사상을 다룬 책을 몇 권 더 읽기보다 선의 정원을 바라보며 마음 다스리기를 추천하는 그는 머리만으로 이해하려하지 말고 약간은 ‘수행’의 기분으로 실천하기를 권하며 100가지 실천법을 소개한다. 『심플한 생활의 권유』는 실천법을 하나씩 읽어 갈수록 불교 서적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책이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주인공’, ‘진령振鈴’, ‘지족知足’ 등의 불교 용어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 책의 바탕에는 ‘선의 사상’이 아주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은 불교의 정신을 배우고 직접 실천하여 각자가 스스로 진리를 체득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수행을 말한다. 불교의 정신을 깨달아 자기화하고, 생활화하는 구체적인 실천이며 수행생활이기도 하다.
내 손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큰 힘들이지 않고, 정보는 물론 내 주변 사람과 전 세계 사람들의 동향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는 시대. 몰라도 되는 정보를 머리와 가슴에 입력하여 우리는 받지 않아도 될 아픔과 상처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힐링 독서, 힐링 콘서트, 힐링 푸드 등 많은 ‘힐링’아이템들이 등장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힐링’한다는 걸까. 마스노 슌묘는 이 책의 시작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이라는 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근본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즉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습관이며, 사고방식, 힌트입니다. 깊고도 자상한 ‘삶의 지혜’의 보고인 것입니다. … 타인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도록, 쓸데없는 고민을 안고 있지 않도록, 필요 없는 부분을 도려내고 한없이 심플하게 살아간다. 이것이 ‘선 스타일’입니다.
인생을 살다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힘든 순간,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갖춰야하는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내가 이미 무엇을 가졌는지’,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마스노 슌묘가 권하는 100가지 실천법으로 ‘선’의 삶의 지혜를 조금씩 깨우치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덜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인간은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이 한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마음을 다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의 가르침입니다. …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고 하는 ‘오늘’, ‘이 순간’입니다.
나의 마음보다 내 주변에 대한 안테나를 높게 세우고 비교하고, 비판하기 쉬워진 시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 순간에 집중하는’, ‘선’의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