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지승호와 박노자 교수의 대담.
박노자는 우리 나라에서 몇 안 되는 대놓고 좌파하는 지식인 중 한 명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지승호도 에필로그에서 말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특히 자신을 진보적이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박노자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전혀 좌파도 아니고 진보적이지도 않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불편해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내가 스스로 깨닫고 있는 나의 약점을 후벼팔 때의 아픔이랄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귀화를 해서 우리 나라의 국민인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한곳에 꿋꿋이 서서 싫은 소리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니까.
대선 내내 고민을 했었다. 누굴 찍어야 할까. 친구 말대로, 내가 어차피 문재인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민주당을 신뢰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고민해야 할까부터 시작해서, 정말 별 것도 아닌 수천만표 중에 한표지만 그래도 누가 과연 '내 후보' 인가를 생각하느라 머리도 아팠고, 그러다 다시 주적이 누구인지를 고르다가, 다시 내 편을 찾다가, 다시 차악을 고르다가, 그러다 혼자 짜증내다가... 그리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대선이 끝나고 멘붕을 겪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어든 '좌파하라'. 사실 내가 이 책을 산 것도 잊고 있다가, 사무실 이사를하느라고 짐을 싸면서 발견했다. 그것도 멘붕에 빠진 바로 그날. 무슨 계시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집어 들었고, 나름 힐링이 되었다.
물론, 최악보다는 차악이 나은 거겠지만, 얼마나 나을 것이라 기대를 했던 것일까.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박근혜가 노무현 프레임을 걸고 들어온 것도, 문재인이 결국 그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도 단순한 정치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분명한 실정 때문이었던 것이고, 참여정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 머리를 헤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여러 수치를 가져와서 경제 지표가 나쁘지만은 않았다라고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식자층이나 있는 사람들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지표일 뿐, 특히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참여정부는 또다른 MB에 다름 아니었으니까.
일본에도 극우 정부가 들어섰고, 우리가 늘 부러워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북유럽에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박노자는 그것을, 좌파 진영의 무능 때문이라고 힘주어 얘기한다. 좌파가 우향우를 하면 할수록, 거대담론만 뇌까릴 수록, 현실과 타협할 수록, 현실의 절망을 극복하고자 하는 민중들에게 아무런 대안을 주지도 못하고, 무엇이 문제의 근원인지를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 서로를 탓하거나, 내 울타리 밖을 탓하게 되고 그것이 극우주의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박노자가 생각하는 좌파, 박노자가 생각하는 진보, 박노자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교육, 남북관계, 정치, 스타 지식인, 도덕성, 투표...등을 매개로 조근조근 잘도 풀어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박노자는 어쩌면 대선의 결과까지도 짐작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박노자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나도 불편한 구석이 있고, 생각을 달리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우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좌파가 뭔지,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 내가 원하는 사회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차분히 정리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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