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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귀족의 영애
- 무라카미 리코
- 15,300원 (10%↓
850) - 2021-11-10
: 645
믿고 보는 AK트리비아 시리즈의 신작, <영국 귀족의 영애>가 나왔다!
요새 귀족의 삶을 다룬 웹소설 등이 많이 나오다보니 덩달아 귀족의 삶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기존의 역사서나 인문서들은 딱딱하고, 주로 유명한 왕족이나 귀족들의 삶만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AK트리비아의 시리즈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실존 인물의 일기나 책 등을 참고하여 그 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다루었다. 사실적이되 무겁지 않고 각각의 챕터를 통해서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어 유용하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영국 귀족 라이프에 관한 시리즈인 <영국 메이드의 일상>, <영국 사교계 가이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섞이고 발전된 양상을 보인다. 제목에 맞게 귀족 영애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메이드와 사교계 이야기,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귀족 영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좀 더 밀도 있게 진행된다.
<영국 귀족의 생활>은 대략적으로 훑어보고 소장하지는 않았으나, 나머지 네 권의 시리즈는 상당 부분 이 책 안에 부분으로 잘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귀족 영애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쓴다면 그만큼 이 한 권 안에 좋은 정보들이 알맞게 꼭꼭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너스와 메이드를 다룬 것은 <영국 메이드이 일상>편, 하인 이야기는 <영국 집사의 일상>, 사교계 이야기는 <영국 사교계 가이드>, 결혼을 비롯한 부분은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떠올랐다.
이외에는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정부(호스티스)’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귀족들 사이에서는 서로 권력의 유지와 강화를 위한 계약형의 혼인인 ‘공리적 결혼’을 중시하다보니 혼인을 한 후에도 각자의 연인을 따로 가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된 것이 바로 ‘정부’다.
이 부분에서 내 눈길을 특히 끌었던 점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정부가 낮은 계층이 아니라 백작 부인이라든가 부유한 여상속인이었던 경우도 꽤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를 각각 두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는 해도 추문을 피해갈 수는 없었기에 추문의 대상이 되고 나면 피해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상속인이 되고 나면 자신이 집안의 경제권을 가지고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그게 여주인으로서 해야 하는 자선행사 쪽으로 많이 흘러가서 오히려 자신의 경제사정이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례로 에드워드의 정부였던 월릭 백작 부인 프랜시스 데이지가 에드워드 7세의 사망 후 자금을 모으기 위해 9년간 그의 정부로 있으며 그와 있었던 일을 출판하려 하자 조지 5세로부터 압박을 당해 할 수 없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그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벽의 꽃’, 일명 ‘월플라워’와 혼인 후에 귀족가의 부인이 마주해야 하는 실상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에서 보면 춤 신청을 받지 못한 여인이 얼마나 수치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지 나온다. 그것은 작품에서 그녀만이 혼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그 여인의 친구와 지인들을 모욕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무릇 사교계에서는 청년들에게 춤 신청을 하기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강제성을 띠지는 않아서 춤 신청을 받지 못한 여인만 속이 타고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하지만 춤 상대로서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연애가 반드시 결혼의 대상으로 선호하는 의미를 띠는 것은 아니었으니 생각보다 그 당시의 사교계와 연애, 그리고 결혼이 상당히 복잡한 구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영화에서 파티 좌석 배치를 두고 고민을 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단순한 좌석 배치가 아니라 각각의 사정을 잘 꿰고 있어서 좌석이 배치된 후 불편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까지 세심하게 확인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다. 이런 노력은 귀족 부인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활동 중 하나다. 귀족 부인의 경우 따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아도 사실은 사교계에서 이런 파티라든가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 책을 통해서 귀족 영애들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기뻤다. AK 트리비아에서 매번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앞으로 또 어떤 책이 나올지도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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