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산업 번역가에게 1:1맞춤 코칭 받기
언제였을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막연히 #번역가 를 동경하고 꿈꿔왔다. #출판번역가 를 꿈꿨지만 공개강의를 들어보고 그쪽은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눈을 돌린 곳이 #영상번역 이다.
영어에 막 재미를 보기 시작한 게 #섹스앤더시티 와 #앨리의사랑만들기 #멘탈리스트 였는데, 특히나 #섹스앤더시티 는 배경음악처럼 출근 전과 퇴근 후에 틀어 놓곤 했다. 그리고 기가막힌 대사는 꼭 적어 두곤 했었다.
본격적으로 번역공부를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영상번역 또한 마의 영역이다. 벽이 너무 높고, 과제를 하면서 그리고 넷플릭스의 기가막힌 자막을 보면서 내가 과연 그 벽을 한 발자국 오를 수나 있을까 하고 좌절이 계속 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누구가 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번역 실력이야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 또 문제가 있다.
번역가는 프리랜서인데, 도대체 어떻게 일감을 얻을 것이며 일감을 얻는 과정에 나를 어떻게 어필해야할지 그리고 자 잡으려면 어느정도 기간이 걸릴지가 너무 막연하다는 것이다.

#초보프리랜서번역가일기 는 이미 #프리랜서번역가수업 을 집필한 박현아 작가의 또 다른 번역 관련 책이다.
동료 작가와의 공저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놓고 1:1 메일 코칭을 통해 그 인물이 번역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신도 번역가가 될 수 있다.
극중 미영은 회사의 부도로 실직자가 되었다. 우연히 친구가 보내준 링크에 번역 관련 블로그를 보고 번역가 하린에게 번역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문의하고 고심 끝에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일본어 점수와 토익 점수를 갖고 있지만 사회 경력도 길지도 않고 원어민 수준인 경력이 화려한 다른 번역가를 보자 번역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유학을 먼저 다녀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미 같은 과정을 밟아 온 번역가 하린은 모든 인생의 경험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며 번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네이티브 수준의 외국어 능력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외국어의 의미를 파악하여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원문이 전하려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야 번역문에도 그 의도를 담을 수 있을 테니까요.
[본문 중] p.32
그렇다면 번역가에 올인해도 좋을까?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기 위해 뛰어드는 건 위험합니다.
아무도 미영 님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아요.
[본문 중]58
누구나 번역가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라고 하린은 조언한다. 1:1 상담을 해 주는 현역 작가이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지나왔고 또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달콤한 사탕으로 유혹하기 보다는 진정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준다.
하린은 번역가로 자리잡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미영에게도 그 정도 기간을 염두하고 버틸만한 자금을 마련한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 번역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들었던 선배들의 조언은, 초보 번역가가 번역을 전업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뭐라도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초보 번역가는 속도도 느리고 공부할 것 투성인데, 어떻게 직장을 갖고 번역을 할 수 있단 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혀 근거없는 조언이 아니었다.
번역가의 이력서는 어떻게 작성할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삶을 살진 않으니
각각의 특색이 있기 마련이며
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중략)
프리랜서 번역가는 외주 용벙이므로
'능력과 업무 중심의 커버 레터'를 쓰셔야 합니다.
[본문 중]p.86, 99
번역가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경력자가 아닌 이상 앉아만 있는다고 일감이 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번역 능력을 어느 정도 끌어 올렸다면 이제 나를 어필해야 한다.
이력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기업에 제출하는 이력서처럼 자기소개서처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형보다는 경력이 없더라도 자신감 있고 간결하게 써야하는데, 번역 경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쌓았던 사회 경력을 되돌아보고 어느 부분이 번역가의 일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적으면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도 생각 못했던 팁이다. 나도 이력서 작성할 때 적용시켜 봐야겠다.
그리고 외국 업체에 제출할 이력서는 우리나라 이력서 형식과 다른데 이 부분도 자세히 나와 있어 번역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다.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은 바로 일할 수 있나?
아무도 나를 찾지 않으니
왠지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이 우을증에 걸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문 중]p.184
그건 큰 오산이다. 이력서를 받고 업체에서 연락을 받는다는 것은 일감 의뢰가 아니라 샘플 테스트 기회를 준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친절하게 메일에 답장을 하거나 연락을 직접 할 일도 없을테니까.
샘플 테스트를 무사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일을 배정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영은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지만 일감 의뢰는 커녕 샘플 테스트 기회도 받기 힘들었다. 우울한 나날이 계속 되었지만, 하린은 지치지 말고 계속 이력서 돌릴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샘플 테스트를 받고 합격도 하지만 바로 일을 받지 못하고 또 매일 그렇게 메일함을 새로고침을 하며 쳐다보는 우울한 날이 계속된다. 그러다 번역 검토를 거쳐 번역 의뢰를 드디어 받게 되고 이후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게 된다.
나날이 기쁠 줄만 알았지만 그렇게 한 바탕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또 잠잠하다. 번역가... 미영은 계속 번역가로 살 수 있을까?

#초보프리랜서번역가일기 는 기술번역가 지망생이 1:1 코칭을 통해서 번역가가 되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영상번역 이라고 다르지 않다. 하린의 조언처럼 누구나 번역가가 될 수 있지만, 방대한 공부의 양과 들쭉날쭉한 일감,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은 수입구조로 많은 이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번역가를 포기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역가를 꿈꾸며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한 이 책을 추천한다.
번역의 꿀팁이 아닌
번역가로 데뷔해 일감을 따고
번역가로 살아남기 위한 조언이 가득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