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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shim님의 서재
  •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 야나부 아키라
  • 11,520원 (10%640)
  • 2020-03-10
  • : 1,025

  

개화기 이후 서양 이론이 우리나라에 대거 들어온 것은 대부분 일본을 통해서였다. 일본은 일찌감치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학문의 개념어들을 일본어로 재빨리 번역했다. 동서양은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해온 만큼 사용하는 언어가 무척이나 달랐다. 일본은 이를 이해한 뒤 번역하기보다 관념을 모방했다. 무수히 많은 번역된 개념어가 일본어로 탄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시기의 번역된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 정치, 철학, 사회, 문화’라는 말도 일본이 만들어낸 말이다. 우리는 일본이 번역한 단어의 음을 읽기만 하면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생략된, 서양어의 번역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야나부 아키라는 번역어와 비교문화론 석학으로 여러 권의 번역에 대한 이론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회, 개인, 근대, 미, 연애, 존재, 자연, 권리, 자유, 그, 그녀’ 열한 단어의 번역어가 일본 근대 서적에 어떻게 번역되어왔는지 찾아내 그 의미와 변천사를 다룬다.

 

먼저 ‘사회’로 번역된 ‘society’라는 말이 일본에 건너왔을 때, 일본에는 이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없었다. 즉 이에 대응할 만한 현실이 일본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에 society는 모임, 집회, 동료, 교제, 일치, 조합, 동아리, 인간교제, 사귐, 나라, 세상사람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었다. 이후 ‘사’와 ‘회’라는 두 한자를 이어 ‘사회’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사회’라는 번역어가 생겨난 이후, 사람들은 ‘사회’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사회가 형성되기 이전에 ‘사회’라는 말이 먼저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애’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연애’가 “바다 건너 수입된 관념”이라고 말한다.

 

“‘연애’의 유행은 맨 먼저 ‘연애’라는 말의 유행으로 나타났다. 그런 다음 얼마 후에 이 말에 고무된 젊은 살마들 사이에서 ‘연애’라는 행위의 유행으로 퍼져 나갔다.”(127쪽)

 

말이 먼저 생겨난 뒤 행위가 뒤따랐다니,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가 실제 ‘사회’를 경험하기보다 먼저 단어로 ‘사회’를 이해한 것과 비슷한 원리일 수 있겠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단어들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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