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sweetshim 2020/01/2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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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죽음
-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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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 - 2019-12-29
: 232
12년 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물론 징후가 있었겠지만, 가족 간에 소통이 잘되지 않았고 나를 비롯한 자식들은 모두 출가를 터라 아빠의 병이 깊어지고 있음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젊은 시절 권위적이고 때론 강압적인 모습으로 식구들을 대한 탓에 아빠를 생각하면 불안, 공포, 답답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왔다. 아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내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황망함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창피한 줄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향년 59세. 아직은 젊은 나이였다. 장례식장에서, 왜 몸이 아프다는 걸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지, 젊은 아빠 사진을 보며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대답할 아빠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아빠는 죽음과 함께 그동안 잘못했던 기억을 모두 다 가지고 사라진 건지, 내겐 잘해주었던 기억, 고생하던 아빠 모습만 가슴에 사무쳤다. 죽음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더라면, 영원히 이별하기 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후로 나는 죽음에 관심이 많아졌다. 어느 날 소중한 사람들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날까봐 두려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12년이 흐르는 사이, 죽음은 내게도 닥쳐올 현실이란 걸 알게 됐다. 나도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살아있는 한 죽음은 늘 내 곁에 있음을,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점점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나이 일흔이 넘으면서 눈에 띄게 몸이 노쇠해졌다. 아빠의 황망한 죽음을 엄마에게도 겪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죽음에 대한 책과 글을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 읽게 되었다.
<낯선 죽음>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다봄 펴냄)도 그런 과정에서 읽은 책이다. 책 표지의 제목 아래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부제를 써 놓았다. 탄생에 대해선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터부시하며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길 꺼린다.
이 책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워 그 과정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신체적인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죽는지, 죽음을 어느 곳에서 맞이하는 것이 좋은지, 평화로운 임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특히 임종 단계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은 어떤 신체와 정신 상태가 되는지, 의학적인 지식으로 알려줌으로써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 전문가가 쓴 글이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다. 중학교 이상의 지식 수준을 가진 이라면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죽음’을 환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 바라보고 기술했다는 점이다. 한 번은 맞이할 죽음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실제적인 항목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임종을 앞둔 환자를 관리할 통합적인 의료-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의료-복지체계가 다른 점이 많아 이 책에 나온 대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역 사회 안에서 환자와 가족 위주의 임종 과정을 거쳐 환자가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노후와 죽음을 마냥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실제적인 지식과 과정을 얻고 싶다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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