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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shim님의 서재
  • 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앨리슨 벡델
  • 13,500원 (10%750)
  • 2019-11-13
  • : 736

 

엄마와 딸 관계는 미묘하다. 마냥 편하게 대하기엔 어쩐지 거리감이 있다. 앨리슨 벡델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펀 홈, 가족 희비극>을 읽고, 책 속 작가와 엄마의 어색한 관계가 인상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본 <당신 엄마 맞아? 웃기는 연극>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전작 <펀 홈>만큼이나 이 책 역시 문학 작품(버지니아 울프)이 곳곳에 인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분석가인 위니캇의 상담사례와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등 정신분석에 대한 풍부한 내용이 책 전반에 등장한다.

 

작가 본인이 두 명의 상담사와 10년이 넘도록 상담하는 과정, 아버지에 대한 전기(<펀 홈>)를 쓰기 위해 엄마와 통화하는 내용, 어린 시절의 기억 등 여러 사건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독특한 방식이 흥미롭다. 멀찌기 떨어트려 놓았던 어린 시절의 불편한 기억을 마주하며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힘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과거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에 직면하려 애쓴다. 레즈비언 정체성도 숨기지 않는다. 레즈비언 만화 그리는 일을 하면서 엄마에게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엄마는 “네 얘기를 친척들이 떠들 걸 생각하니 끔찍하구나”라고 말한다. 벡델은 끝내 눈물을 쏟으며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책에 이렇게 적는다. “내가 엄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만 엄마에게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걸 엄마로부터 끌어내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은 아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234-235쪽)

 

 

 

그의 이런 힘이 <펀 홈>과 <당신 엄마 맞아?>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인 아버지의 일대기를 담은 <펀홈>은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요 언론 매체에서 주목할만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책은 벡델이 엄마와 ‘절름발이 아이’ 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작가는 그 순간이 엄마가 자신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준 순간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적는다. “내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것이 있다. 결핍과 간극과 공백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어머니는 내게 다른 것을 주셨다. 아마도, 훨씬 더 값진 것.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 그리고 벡델은 이 내용과 함께 엄마와 자신이 노는 모습을 위에서 바라본 장면을 그려 놓았다. 벡델이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그리고 이 책을 만들면서 엄마와 자신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만큼 마음의 키가 자랐음을,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에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뭉클한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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