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출판사에서 진행했던 ‘눈가리고 책읽는당’을 통해 조금 일찍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망설임 없이 구병모 작가님을 꼽을 정도로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간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날개를 가지고 있는 익인(翼人)과 도시의 갈등과 한 소녀와 소년의 사랑 이야기.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대략 이렇게 될까. 하지만 이 짧은 문장만으로는 이 책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다.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은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최우선의 기준으로 두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이 재미있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선명하게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여러 가지 설정들. 최근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비문학 도서를 주로 읽어왔던지라, 이렇게 서사가 뚜렷하고 독특한 설정을 가진 한국 소설을 만나게 됐다는 사실이 배로 반가웠다.
하지만 이 책, 재미가 전부가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차별 받는 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비오’와 ‘루’ 모두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은근히 차별과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된다. 이는 소설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도 종종 이런 저런 이유로 차별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은근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우리들에게도 잔잔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내가 구병모 작가님의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읽다 보면 마음이 잔잔한 호수 속에 잠기는 느낌이 든다. 감정에 푹 젖어들고, 여운에 잠기고, 밖에서 받은 상처를 천천히 치유 받는 느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받을 수 없는 위로를 책으로부터 받는다.
또한 이 책에서는 철저하고 빈틈없는 이성과 논리, 그리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그 너머의 것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이성과 논리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성과 논리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그것의 파괴력,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은 모조리 짓밟아버리는 행태의 잔인성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는 감정과 느낌들이 있다.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를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문학의 또 다른 역할이자 멋있는 점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그것을 오롯이 느끼고 간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멋있는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멋진 영어덜트 소설이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 반갑고 또 설레기도 한다. 읽는 도중에 기록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했으나, 그 사실조차 까먹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다. 게다가 이 작품을 정식 출간 전에 미리 가제본을 받아 읽었으니...!! 구병모 작가님의 모든 책들이 그랬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 감정에 푹 빠져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게 되어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