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작가가 트위터 회사의 매니저로 근무하다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책 속에서 SNS와 구글을 비롯한 최첨단 기기들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재밌는 점은 이 소설의 배경이 시카고에 있는 오래된 서점이라는 거다. 당연히 오래된 서점과 최첨단 기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과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책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작가는 젊은 세대와 최첨단 기기 쪽에 손을 들어주지만 내 생각은 작가의 생각과 다르다. 이북이나 최첨단 기기들이 시대의 흐름이란 것엔 동의하지만 최첨단 기기가 옳고 아날로그 방식의 책이 언젠가는 이북에 통폐합되리란 생각엔 동의하진 않는다.
전자책은 전기가 없으면 볼 수 없고, 삭제키 하나만으로도 간단히 소실되지만 종이책은 전기가 없어도 볼 수 있고 삭제키 하나로도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물이나 불로 인해 못 쓰게 될 수도 있고 세월에 의해 소실될 위험이 있다. 그에 비해 돌에 새긴 고대 문서는 오랜 세월을 뚫고 현존하고 있다. 그러니 가장 영구한 것이 이북이나 최첨단 기기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궁극적으로 최첨단 기기들을 통해 영구하게 보존할 수 있는 것은 SNS에 올린 부끄러운 글에 대한 기억뿐이지 않을까.
소설은 페넘브라 24시 서점에 취직하게 된 전직 웹디자이너 클레이가 우연히 서점의 비밀을 눈치채고 파헤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집어넣어 자신이 읽고 싶은 소설로 만든 게 이 책이라고 하는데 그래선지 이 책에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주인공 클레이를 비롯해 서점 주인 페넘브라와 그들의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친구들도 그렇고,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오래되고 신비한 고서점이라는 배경 장소와 부러지지 않은 책등이라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비밀단체가 등장한다는 것도 그렇다.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장들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요소가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을 합쳐서 요리한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게 완성되는 건 아니듯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에 걸렸던 게 세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해리포터와 다빈치코드에서 영향을 받은 티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 두 번째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장을 위해 이야기가 삼천포로 자주 빠진다는 것. 세 번째는 작가의 자료조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즉, 한마디로 말해 소설로서의 독창성과 완성도가 많이 털어진다. 역자 후기에 쓰여있는 대로 이 책을 가볍고 재밌게만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말이다.
아주 재밌을 수도 있었지만 요소들이 합을 이루지 못해 아주 재밌는 소설은 되지 못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 읽는 동안 많이 아쉬웠다. 주인공들 연령만 10대 후반으로 낮췄어도 좀 더 그럴듯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그랬다면 해리포터 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고 욕을 먹었을 것 같긴 하다. 분명 가능성 있는 작가니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정제된 작품으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