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남자가 소개하는 한국 이야기
고슴도치 2014/09/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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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다니엘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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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 2013-07-31
: 1,833
2002년 한국에 왔다 폭 빠져 10여년간을 한국에서 산 영국사람이 한국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다니엘 튜터는 한국맥주는 맛이 없다는 기고글로 한국에서 유명세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얻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맥주나 술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그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그는 책속에서 최대한 객관적이려 노력하지만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책 속 여기저기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를 줄줄이 읇는 책의 초반부분을 읽노라면 이 사람이 얼마나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통탈한 사람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이래서 외국인들 앞에서 못알아들을거라고 함부로 험담을 해선 안되는 거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밌다는 평 때문이였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색다른 담론을 들을 수 있을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현재 한국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나누는 담론만 나와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어느정도 성숙한 청소년들이나 대학 신입생들이 읽는다면 좋은 인문학 책이 되겠지만 한달만이라도 꾸준히 신문을 구독한 사회인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고 사회적으로 해결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해결방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 굳이 그 내용들을 다시 책으로 읽을 필요가 과연 있을까? 이것은 외국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문이라는 이 책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니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이란 책 설명글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길.
마치 한국사회를 소개하는 교과서처럼 평이한 이 책 속에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딱 한군데 있었다. 한국에 대한 소개글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저자 본인이 외국인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문화 정책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인이 외국인에 대해 느끼는 반감에 대해서만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외세가 아주 오래전부터 시시때때로 한국을 침략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역사는 가볍게 지나가고 단일민족이라는 지도자들의 세뇌와 유교적관념 때문이라는 설명에 집중한 것은 너무 일차원적으로 문제를 바라본 것 아닌가 싶었다. 개인적으론 저자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집필한 영문판을 번역할 것이 아니라 저자 본인이 영국생활과 한국생활을 비교, 분석하는 글을 새로 써서 출판하는 편이 춸씬 더 재밌고 흥미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인으로써 한국에 대해 막연히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정리된 텍스트로 읽고 내안에 나름의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또한 인구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해외 노동자들을 유치하는 방법 외에도 결혼과 육아로 사회활동을 못하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여 사회활동을 유도함으로써 노동인구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 중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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