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세상을 부딛히며 성공을 거두고 있던 젊고 부유한 천재경영인과
조그마한 동네의 삶속에 안주하여 하루를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할 삶인지 고민조차 안하고 살던,
겉은 젊지만 속은 70대 노인이나 다름없던 여성의 6개월간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더 압축은 못하겠어요 ㅜ.ㅜ)
천재경영인 트레이너의 비극적인 사고가 아니었다면,
루이자가 6년동안 일하던 까페가 문을 닫아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만날 접점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한도전 식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서,
까칠해질대로 까칠하지만 심지어 잘생기고 돈 많지만 1평도 안되는 휠체어에서 옴짝달짝 못하는 그에게
자유로운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지고 성처럼 갇혀서 밖으로 나갈 줄 모르는 아가씨는 전혀 '매력'과 '대화'가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이런 백마탄 왕자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 두사람의 만남은 뻔하디 뻔한 통속 로맨스 소설과 큰 이야기 맥락과 다를 것이 없긴
합니다. 딱 1회만 보면 전개가 보이는 전형적인 로코물의
[이색적인 만남->다름의 인식->갈등의 최고조->의외의 접점->이끌림->엇갈림을 비롯한 수많은 난관->그럼에도 불구하고 '헤피엔딩']
에서 후반부가 뒤틀린 先 로맨스/後 휴먼스토리 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전 이책을 읽으면서 책 앞뒤에 쓰여있는 대로 거실에 있는 티슈가 필요할 정도로 슬플 여력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려 할때마다 나오는 주인공 주변의 배경묘사가 너무 많아서 흐름이 뚝뚝 끊기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외국인들과 감정 포인트가 달라서 그런것인지 주인공 주변의 배경들이 주인공의 감정이 이입된 배경묘사라기 보다는
정물화 그리듯이 너무 세세하게 어느 나라 제품인지, 어떤 질감인지 이런정도의 묘사는 굳이 안해도 될텐데...
이런 생각이 자꾸 끼어드니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에 무언가 습기라도 만들려고 치면 갑자기 세제광고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의 후반부는 '자신 다운 삶'에 대한 선택,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충분히 생각할 꺼리는 주지만 그때마다 나오는 세제광고같은 묘사는 나도 모르게 "으~" 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후반부에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잔뜩 모아놓은 구절보다는.
"어떤 실수들은...... 유달리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죠.
그렇지만 당신은 그날 밤 일이 당신이란 사람을 규정하도록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이유는 없어요"
라는 구절이 더 와닿았습니다.
이 구절은 여러 이유로 스스로를 고통주게 하는 이들에게 울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만든 울타리>로 인해 고통을 받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지만 실제로는
그 <울타리>가 주는 의외의 안락함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러면서 그런 자신이 너무나 실망 스러워서 자기 자신을 또 책망하는
무한 루프에 빠진 사람들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
답을 아는데 답을 풀지 못해내는... 그런... 이들에게.. 자신을 좀 여유롭게 속박에서 풀어내게 해주는 키워드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