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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yi님의 서재
  • 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로베르트 발저
  • 10,350원 (10%570)
  • 2009-12-15
  • : 1,640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한 '야콥 폰 군텐 이야기'

하루는 무덥고 시끄러운 정오의 길바닥에서

그 노인이 조용히 잠든 것을 보았다

등에 커다란 알을 하나 품고

그 알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중략)

거대한 도시의 소음보다 더 우렁찬

숨소리 나직하게 들려오고

웅크려 알을 품고 있는 어둠 위로

종일 빛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김기택 시 ‘꼽추’중에서

 

오이를 심었다. 내가 알고 있는 오이가 아니였다. 참으로 낯설었다. 오돌토돌 작은 돌기들은 진딧물인줄 알았고, 어느정도 컸다 생각하여 따려는데 힘들었다. 아직 때가 안됐기 때문이었다. 때가 되니 저절로 떨어졌다.

이렇게 나는 자연으로부터 하나를 배웠다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우리가 받는 수업은 우리에게 인내와 복종을 각인시키는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로 시작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하여 결국, 삶이 원하는 것은 격동적인 움직임이라는 것, 성찰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야콥 폰 군텐’의 이야기이다.

야콥의 내면에는 선조들의 길들여지지않은 반항심이 있지만, 그는 정신 차리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험하기 위해, 착하고 성실하게 행동 할 것을 결심하며 누군가의 시중 드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벤야멘타 학원에 훈련생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자신의 불안한 상념의 세계에 접근하게 되면서, 결국 ‘내가 만약...한다면 어떨까?’라는 말로 자신을 결박하거나 구속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벤야멘타 학교와 영원한 작별을 고하고 새장속에 사자 벤야멘타교장과 함께 사막으로 떠난다.

 

지금, 여기 우리는 거대한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들어와 있다.

 

그곳에서 가르치는 것은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작은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법칙, 가해지는 강요, 나아갈 방향등 많은 냉혹한 규정들은 위대하지만, 우리는 위대하지 않음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하인학교의 교육목표에 길들여지고 내 존재와 본성대로 살고자하는 욕구도 없이 구속된채로 모범적, 사회적인간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하기에 명령이 떨어지면 주어진 과제에 즉각 대처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크라우스와 같은 인물, 상투적인 빈말과 거짓, 허영위에 세워지고 길들여진 세상위에서 평온한 삶을 찾아가는 훈련생들은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훌륭한 학생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하인학교의 훌륭한 학생이 되기 위하여, 정의와 선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진 만들어진 길을 걸어왔다.

이것이 나의 인생인가? 나의 삶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어야 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에,,

 

그러나 이제, 나는 볼 수 있다.

너무나도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만들어진 조직에 순종하며 겸손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지친 나.

내등에 커다란 알을 품고 있어 곧 껍질을 깨고 등뼈가 부서지도록 기지개를 하면서 곧 일어날 것 같은 이방인의 기질을 가진 나.

그러나 아직, 나는 경계인 이다

 

 

적게 배우자, 매번 동일한 내용을
엄격한 외관을 규정하는 법칙과 규율들에 익숙해지고 순응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일인지 각인시킨다.어쩌면 우리를 우둔하게만들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를 작은 존재들로 만들어버리려고 한다(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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