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기형도‘질투는 나의힘’중에서
1867년 초판을 발행하며 에밀졸라는 인간의 성격이 아닌 기질을 연구하며 이책을 썼고 강한 남자 한명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욕구불만 상태인 여자 한명을 설정하여 단지, 그들의 어리석음만을 면밀히 기록한다고 했다. 마치 해부학자가 시체에 대해 행하는 분석작업을 하듯이
2009년 박찬욱 감독은 ‘박쥐’영화를 통해서 테레즈 라캥을 해석했고, 2019년 나는 테레즈와 로랑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현재 다시 들여다 보고자 한다.
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욕망에 의해 이성보다는 감정에 지배받는 문제적 개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금 우리가 갖는 각자의 내밀한 개인적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퐁네프 파사주’의 습기차고 침침하고 음울한 잿빛 상점을 통해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느낄수 있고, 그 속에서 불꽃같은 천성을 마음속에 조심스럽게 감추어둔 테레즈!
어머니의 애정과 헌신으로 가혹한 에고이즘이 생긴 창백하며 허약한 카미유!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평생을 사는 라캥부인!
다혈질이며 마구 사는 남자 로랑!
이들의 심리가 파리 센강가를 배경으로 마치 영화의 한편을 보듯 잘 표현되어 있다.
파멸의 시작점은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잠든 카미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기주먹을 그의 입에 처박고 싶었다는 테레즈의 생생한 심리묘사에 잘 나타난다.
이 소설은 불륜에 관한 소설이다. 결과는 뻔하다. 그들은 달콤한 사랑과 화려한 삶을 꿈꾸고 그들의 사랑에 방해되는 테레즈의 남편 카미유를 사고로 위장하여 익사시켰지만, 결국 죽은자에 대한 공포로 불면증과 환각증세를 나타내며 서로를 원망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불륜을 로맨스라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그대로 멈춰라’라는 교훈을 주는 정도로 멈추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이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이다.
이 문제적 개인들은 각자의 내밀한 개인적 문제들을 어떻게 품게 되었고 어떤 욕망으로 인해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일까? 암묵적인 동의하에 테레즈와 로랑은 카미유를 살해했다.
카미유의 죽음후 각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과정속에서 테레즈와 로랑의 결혼은 가능했다. 도미노게임을 하는 목요모임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그리베와 미쇼,불안한 노년을 의지하고 싶었던 라캥부인,경제적으로 안정을 원했던 로랑
그 안에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었다. 테레즈는 카미유의 병든 육체와 얼굴을 영원히 보지 않게되며 마음이 차분해지며 행복감을 느꼈지만 악몽에 시달린다.
고장난 육체와 정신을 부여잡고 막연한 회한과 뉘우침에 서서히 무너지는 테레즈. 그녀가 원했던 삶이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욕망덩어리 현대인들은 자신을 포장하며 자신을 속이는 방법을 잘 안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불쌍한 테레즈를 사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작가는 그들의 욕망을 제대로 훔쳐보았다.
그들은 벼락을 맞은 듯이 서로 포개져 쓰러지고 마침내는 죽음 속에서 하나의 위안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