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주체는 정부와 기업, 개인 3가지로 구성된다. 기업의 활동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투자자산은 주식이다. 주식은 회사의 지분을 사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기업의 활동에 근간을 두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채권은 어떨까?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에는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지만 회사채로 충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채권 역시 기업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채권은 주식의 범주보다 훨씬 방대하다. 국가의 경제활동에서도 채권은 활용되기 때문이다. 국채라고 말하는 투자자산은 말 그대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다. 채권은 기업과 더불어 국가의 경제활동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자산이기에 주식보다 훨씬 방대하고 규모도 크다. 금융 투자를 이야기할 때 주식을 일반적으로 떠올리지만, 사실 주식보다 훨씬 거대한 시장은 채권이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채권은 다소 생소한 자산이다. 사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투자자 입장에서도 채권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위험자산인 코인과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채권을 투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식이나 코인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채권의 동향은 매우 중요하다. 채권은 투자에 있어 거시 매크로 지표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인 금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채권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추이는 꾸준하게 추적해야 한다. 모든 매크로 지표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금리인데, 표면적인 기준금리도 중요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미국 채권의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와 가격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의 추이에 따라 거시적인 돈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과 주식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 주식은 일반적으로 기준으로 삼는 무언가가 없다. 지수를 예를 들고 싶지만 고정된 기준 가격이 제시되거나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과 차이가 있다. 채권은 기준금리라는 확실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준의 발표와 워딩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하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역상관계다. 그렇기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경제가 정상적이라고 가정했을 때,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향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금리가 상향된다는 뜻은 경제가 활황이 된다는 뜻이고 경제가 활황이 된다는 것은 기업 활동을 하는 주식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금리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출금리 등이 높아지기에 기업 활동을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이는 위험자산군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금리 인하를 비롯한 유동성 공급에 시장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이 그렇듯).
주식이나 코인이 원금보장을 하지 않지만, 채권은 명목적으로 원금이 보장된 상품이다. (실질가치로 따지자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채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자 강점은 안전성이다. 물론 주식만큼 폭발적인(?) 수익을 기대할 순 없지만, 타이밍을 잘 잡고 들어간다면 채권으로도 쏠쏠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돈을 굴리고 싶은데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은 분들, 대규모의 자산을 분배하여 투자할 때 헤지나 안정적으로 깔아두는 선택을 할 때 채권은 필수적이다. 주식은 알아야 할 요소들이 많지만 채권은 어찌 보면 심플하다. 기준금리의 향방을 잘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 책에는 채권을 투자하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많이 담겨있다.
시중에 채권을 다루는 책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는 채권이라는 자산이 익숙하지 않다. 왜일까? 다소 교과서적이고 재미없는, 지식으로 알면 좋지만 투자에는 실용성이 없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내용들을 담은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르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저자의 구성이다.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가 공저인데 무엇보다도 트레이더 출신 저자가 쓴 내용이 궁금했다. 채권 트레이더는 어떤 관점으로 금리를 해석하고, 어떤 관점으로 2년물과 10년물의 상관관계를 볼 것인가, 수익률 곡선은 어떻게 해석하는 것인가. 연준과 한은의 워딩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투자 포인트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체적인 관점들. 트레이딩을 하면서 실전 경험이 녹아있는 내용이 궁금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와 해석법 등등은 여느 채권 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실용적인 내용이다. 채권 투자를 떠나서 주식시장이나 코인자산을 투자할 때 금리 추이에 대한 해석과 연준이나 한은의 워딩을 분석하고 생각할 때에도 유용할 것 같다. 최근에 주식이나 코인을 넘어 다양한 자산 군을 공부하고 배우고 있다. 작년부터 파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채권과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자산 군들에 대해서 폭넓은 시야로 공부하고 있다. 시장 최전선에서 매매하는 애널리스트와 채권 트레이더의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