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위험에 대하여 다룬 책으로 유명한 것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스완》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읽어보거나 제목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검은 백조는 상식적으로 태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검은 백조가 태어난 것이다. 진짜 위험은 이런 것이다.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의 리스크는 진정한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 터지는 것. 그래서 시장에 타격을 입는 것을 두고 우리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IMF, 리먼 브라더스, 그리스의 구조적인 경제 위기,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화 등등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위험은 기본적으로 시장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몰랐거나, 틀렸거나 둘 중 하나가 압도적으로 많을 때 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렇기에 현명한 투자자들은 평온한 시기라도 언제든지 블랙스완이 터졌을 때를 생각하고 시장에 임한다. 적색경보가 울렸을 때, 나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먼저 비중을 줄이거나, 익절 혹은 손절로 잘라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얼마나 주식을 줄여야 하는지, 시장이 진정되면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계획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위험한 시장에 대한 겸손한 태도에서 비롯한다. 실제로 살아남는 투자자는 이렇게 시장 앞에 겸손한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망과 통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는 결국 시장의 위험에서 비롯한다. 위험요소가 크고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에서 돈을 잃는다. 시장을 예상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조차 위험이 가득한, 변동성이 가득한 시장을 예측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각종 통계와 자료를 들며 시장을 개량화하고 분석하지만 그 분석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장을 너무 쉽게 본다. 쉽게 예측하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의 데이터는 유의미할 수도 있고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무용론을 주장할 수도 없겠지만 절대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매한 계륵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일 것인가. 책의 주장은 그렇다. 개인, 혹은 인간의 한계, 통계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겸손하게 생각하면서 최대한 유의미한 데이터, 확률이 높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는 저평가된 주식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률적인 부분을 조심스럽게 강조한다. 자산 군에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해석하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시장을 개량적으로 접근하거나 매매를 하는 포지션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매매에 대한 관점은 다르더라도, 시장에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비롯하는 개인의 한계에 대해서, 그런 개인이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접해야 하는지, 시장 앞에 겸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투자자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많은 부분을 느꼈다. 광기의 상승장 앞에서 흥분하지 않고 겸손하고 담담하게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시장의 기세를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지 말자. 나는 그저 시장이 하는 목소리를 잘 듣고 그 흐름에 몸을 담을 뿐이니까. 상승장일수록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