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투자 고전이라고 하면 외국 구루들이 쓴 책을 손꼽는 경우가 많다. 투자라는 행위는 고대 이래로 쭉 있어왔지만 체계가 잡힌 것은 미국의 기업과 산업의 발전의 태동에서 시작됐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투자의 고전들은 미국에서 비롯한 것이 대부분이다. 가치투자나 트레이딩이나 어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의 역사가 짧은 대한민국에서 국내 저자로 한정하여 생각했을 때 고전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책이 있을까?, 고전이라는 타이틀은 오래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전이라는 권위를 부여받으려면 역사의 흐름과 상관이 없이 통용될 수 있는 통시성을 가져야 한다. 시대적인 변화로 인하여 미세하게 모든 부분이 맞진 않더라도 큰 줄기나 본질이 통용될 수 있는 지혜가 담겼다면, 그런 문헌을 사람들은 고전에 반열에 올린다. 그렇기에 고전은 다른 책과는 다르게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내용적인 비판을 가하더라도 시공간을 울린 통찰만큼은 존중하는 경우가 많다.
서평을 쓸 책은 대한민국에서 투자 고전으로 인정받는 책이다. 투자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선배들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 왜 고전이라고 칭송받았는지, 지금의 시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는 유효한 것인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이번에 나온 개정판이 통용될 수 있는 내용인지 궁금했다. 책은 크게 세 가지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주식에 비중을 중점을 둔 베타투자전략. 특정 주식에 가중을 둔 알파투자전략, 그리고 투자자의 시간가치를 염두해 둔 세타투자전략이다. 전작과 비교해볼때 추가된 것은 세타투자전략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주된 전략은 베타와 알파다.
베타투자는 한 마디로 자산 배분에 중점을 둔다. 전체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 리스크와 수익률을 설명하고 있다. 베타투자전략, 즉 비중에서 중요한 것은 매크로다. 시장에서 발표되는 매크로를 확인하면서 투자자는 주식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트레이딩에서 계좌를 상승하는 요소를 꼽을 때, 대부분 종목과 매매기법을 손꼽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중 조절이다. 어느 시기에 얼마나의 비중을 가져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 자산 배분을 주식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이런 비중에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중에 대한 부분이 트레이딩에서 7할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인베스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트레이딩으로 범주를 잡는다면 포트나 매매법보다 비중 조절과 계좌 운영이 훨씬 중요하다. 책에서도 베타투자전략은 시계열이 큰 트레이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해 보자면 탑다운 트레이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베타투자전략 챕터를 통하여 각 조합에 따라 성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복기한다면 트레이딩의 비중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파투자전략은 탑다운에 기반한 베타투자전략과 상반된 전략이다. 바텀업에 기반하여 상승 확률이 높은 주식을 선정하여 매매를 하는 것이다. 상승 확률이 높다는 것에는 전통적인 가치주를 포함하여 최근 유행하는 추세추종이나 모멘텀 종목들 등 다양하게 포함할 수 있다. 어떤 팩터를 대입하냐에 따라서 스타일은 달라질 수 있다. 알파투자전략의 핵심은 에지(Edge)다. 변동성이 심한 미스터 마켓에서 상승할 포인트가 있는 자산 군을 선별하여 포트를 구성하는 것인데, 베타가 자산의 비중을 관리하는 것이라면 알파는 좋은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투자전략 챕터를 통하여 미국의 유명한 가치투자 구루들, 그리고 친숙한 모멘텀 트레이더들의 사상을 볼 수 있었으며, 몰랐던 생소한 사람들의 이론도 접할 수 있었다.
세타투자전략은 투자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전략으로, 은퇴 후 노년까지 필요한 자산을 생각하여 포트를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은 책의 제목 '전략적' 가치투자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각각의 전략들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혼합하여서 매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베타에도 여러 가지 전략이 있고 알파에도 퀀트 팩터에 따라 여러 가지 전략이 나뉜다. 이런 것들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여서 최선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경우도 추세추종을 할 때에는 매크로를 살펴보며 장세의 향방을 생각하고 주식 비중을 결정한다. 비중을 결정하고 나면 내가 생각한 기준, 즉 추세에 맞고 현재 시장에 주도주들이 군집을 이루며 상승하는 섹터의 가장 강한 주식을 매매 대상에 올린다. 시장 대비 알파가 보이는 종목들을 선정하여 매매 대상으로 편입하고 매매의 타이밍을 노린다. 이렇듯 주된 매매는 베타와 알파를 골고루 섞어서 매매에 활용한다. 세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책을 통하여 은퇴와 노후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배당주 포트를 관심에 두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도 꼼꼼하게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이터가 소중하기도 하고 흔하기도 한 시대다. 누군가는 이런 데이터를 보면서 '결론'을 갈구할 텐데, 결론은 본인이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책에 나온 전략들이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로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주식시장의 랜덤워크 속성을 이야기하며, 산업 성장기에서 비롯한 과거 데이터를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을 법도 하다. AI의 발전으로 단순한 정보는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니까. 수많은 이슈와 데이터들은 노이즈로 치부되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비판적으로 보자면 이 책이 과연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받을 만한 책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책을 모두 읽어본 바, 이 책은 고전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단순 데이터는 의미가 없을지라도, 이를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데이터는 중요하다. 이 책에 나열된 데이터들은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좋게 잘 편집되어 있다. 마치 고급 뷔페에서 음식을 먹는 기분이랄까?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연구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랜덤워크적 속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데이터가 현재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전 세계 주식시장은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아직도 그 추세는 유지 중이다. 한국 역시도 기나긴 박스피의 시간이었지만 시장의 방향은 상방을 향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의 주식시장이라면 완만하더라도 우상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의 데이터들은 상승하는 추세에서 연구한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의 성숙도에 따라서 상승률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연구하는 부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리해 보자면 비중에 대해서도, 좋은 주식을 선별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통찰을 주는 좋은 저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데이터를 AI가 발전하기 전에 정리하여 공개했던 저자의 선한 영향력에 새삼 감사하다. 초판이 나올 시기에 이런 정보는 엄청 진귀했을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도 작고한 저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롭게 책을 리뉴얼한 편저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책은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하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자, 트레이더, 퀀트투자자 등 모든 투자자가 참고해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