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나? 자고 있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만약 내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와이프 혼자서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기에 금융자산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하고 싶었다. 내가 없더라도 부재중이더라도 집안의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희망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자면 인플레이션을 비트 할 수 있는 투자 실력까지 갖추면 더없이 좋겠고. 예전에는 투자에 대해서 서로 의논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모습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와이프에게 트레이딩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감각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트레이딩보단 공부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밸류와 기업분석 쪽을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투자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평범한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가장 쉽고 가성비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은 기업을 분석하고 밸류를 보며 시간을 무기 삼아 투자하는 인베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와이프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추려서 추천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지인분께서 이 책을 추천하더라. 나름 진중하게 투자하는 밸류투자자라서 신뢰가 갔다. 책을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었다. '100만 원으로 시작해 8000만 원이 되기까지의 투자 성공 비법'이라는 문구다. 지극히 현실적인 숫자와 문구라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흔히들 주식 투자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억대나 몇십억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 '누구는 얼마 벌었대, 누구는 몇 억을 벌었대.' 이런 말들이 회자되면 회자될수록 개인들은 주식에 대해 환상적인 눈길로 오해한다. 주식을 시작하고 배우면 고난은 있겠지만 장밋빛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금융자산 중 주식은 변동성이 가장 높은 군에 속한다. 그렇기에 나의 돈이 크게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높은 쪽만 생각하고 낮아지는 쪽은 생각하지 않는다. 잘 된 케이스나 잘 된 수익금만 보고 시장을 만만하게 보거나 오해하고 쉽게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돈을 잃고 나서야 이 판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 투자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에 대한 방향이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시장의 판을 배우고 읽고, 자신의 투자 방법론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것들이 확실해질 때 돈은 알아서 따라오게 된다. 8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주식 판에서는 억대 단위로 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 그렇지 않다. 일반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전업 투자자나 꿈꾸는 비현실적인 금액을 목표로 하기보단, 현실적인 목표를 두고 시장을 공부하고 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인과 직장인에게 투자는 본업이 아니라 재테크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단 한 달에 월급 정도의 금액을 자본소득으로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작은 성공과 경험이 누적된 결과가 큰 수익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투자 방법과 철학이 일관성 있게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했다. 기업을 접근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초보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투자를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안 해도 괜찮겠지, 그러나 요즘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미 노동 소득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에 돈을 벌면 벌수록 현상 유지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일부 극소수의 고소득자들만 물가 상승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투자는 우리 시대에 생존이고 필수다. 가만있다간 돈이 녹아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최소한 자산방어를 위해서라도 노동소득 이상의 +@가 필요하다. 그렇게 재테크의 중요성은 강조되는 시대지만 기본적인 룰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뛰어들었다간 큰 코 다칠 위험이 있다. 특히 주식과 코인 같은 변동성이 강한 자산 군은 더더욱 위험하다.
트레이더인 내가 와이프에게 왜 기업분석이나 밸류투자를 가르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와이프나 지인들도 트레이딩을 알려주면 좀 더 즐겁게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트레이딩의 영역은 스킬도 중요하고 자산 배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장을 꾸준하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데... 이 바닥에 무서운 파도를, 그 파도 안에 있는 심해의 무서움, 절망감, 고독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시장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시장에 다양한 얼굴을 보게 된다. 좋은 얼굴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나를 위축시키고 끝내 파멸할 수 있는 그런 위험에 내 소중한 사람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시장에 미친 것은 나 혼자로도 족하다.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돈의 무게를 이겨내며 시장의 최전선에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은 그런데, 앞서 밝힌 대로 투자를 안 할 순 없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밸류투자다. 시간적으로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공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장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바텀업 인베스팅이라면... 좋은 기업을 선정했고 투자 포인트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버티는 데 조금 더 안정적일 거니까. 이렇게 투자를 시작하여 거창하게 돈을 벌어라 이런 뜻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좋아 보이는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저축 이상의 수익을 얻으며 생활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길 희망할 뿐이다. 와이프를 대상으로 쓰고 있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일반 직장인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현실적인 목표에 입각한 투자, 트레이딩보다는 인베스팅, 기업분석과 가치분석으로 주식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하는 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바텀업 투자를 할 때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들, 공시에 대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범송공자의 《전자공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로 공시의 기초를 쌓고, 체리형부의 《기업분석 처음공부》로 데이터와 정량적인 분석에 대해서 공부하며, 이 책으로 기업분석에 대해서 방법론을 공부한다면 기업 분석에 대한 기초는 탄탄하게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다진 뒤 재무에 관련한 책을 취향에 맞게 선별하여 딥하게 파고 가치분석에 대한 기준을 배운다면 인베스팅의 이론적인 지식은 충분할 것이다. 이후 실전에서 좋은 케이스 기업과 리포트를 읽고 시장을 경험한다면 현명한 인베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멋진 와이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