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사전이다.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된 시국, AI가 모든 정보를 요약해주는 편한 세상에서 사전 콘셉트의 책을 내는게 이해가 되진 않았다. 공부하는 스타일도 시대를 거쳐 변화한다. 요즘 아이들은 패드는 기본, 교과서를 가방에 넣어 다니지도 않는다. 라떼는 비교적 무거운 가방(??)을 들고 등하교를 하는 것이 국룰이었는데 요즘 학생들의 가방은 참 가볍다. 필기와 풀이도 패드에 하고...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올 검색을 돌리면 손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아버지께서 공부를 지도할 때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이 사전 보는 법이었다. 자음받침의 순서, 모음받침의 순서대로 찾아야 한다. 사전을 자주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런데 요즘은 검색 한방으로 손쉽게 찾는다. 사전도 나오지 않으니 사전을 보는 방법도 모를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은 학습을 변화시켰다.
사전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전 형식의 책이 나왔다. 역사책 출판의 흐름도 자극적인 요소들, 흥미를 끄는 요소들의 테마 흐름에 맞춰 책이 나오던데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은 뭔가 정석적이고 레트로하다. 처음 책을 볼 때에는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활용하라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들었다. 사전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것도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고, 분명 다른 책을 보면서 참고해야 할 책 같긴한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애매하다. 책 앞에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조선사'라는 문구가 보인다. 모든 출판물은 출판을 하기에 앞서 잠재적인 수요층을 예상하는 것이 관례다. 출판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이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이고... 아무튼 어른을 위한 책이고, 최소한의 조선사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나는 역사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인문학의 세 분야를 꼽으라면 문사철인데, 이 중 역사를 압도적으로 좋아했다. 주식을 하면서도 도움이 된 인문학을 꼽으라면 당연 역사다. 주가의 흐름과 역사의 흐름은 비슷하다. 작은 사건 사고들이 모여서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잔잔한 파동들이 모여서 추세를 형성하는 것.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같지만 진심이다. 주식을 하면 할 수록 어린 시절 역사에 몰두한 시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 역덕에게 조선사는 굉장히 딥하게 파고든 분야였다. 이 책의 주제도 조선사다. 책을 넘겨보면서 책에 수록된 단어들이 조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집중하며 읽었다. 이 책의 매리트는 이 부분이다. 단순한 검색은 포털사이트에서 할 수 있겠지만, 중요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니까. 무한대의 용량을 자랑하는 전자사전과는 다르게 책은 한정된 지면이 있다. 그렇기에 이것 저것 아무 단어나 담을 수 없다. 이 책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책에 수록된 단어들이 조선사에 핵심을 담고 있느냐 없느냐라고 생각한다.
역덕인 내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은 조선사에서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을 통으로 읽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조선사를 알고 있나 체크하며 볼 순 있겠지만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아니겠지. 이 책은 보조자료다. 교양서를 읽으면서 책을 볼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찾아보고, 이 책에 수록된 단어라면 '생각보다 중요한 사건, 인물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법을 공부할 때 판례가 중요하듯, 역사를 공부할 때에도 사건과 인물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요즘 학생 세대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와 같은 사전 갬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탐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자책 보는 것이랑 종이 사각거리면서 읽는 것이랑은 차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