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때 직장인 동창과 만나서 술을 마셨다.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으로 첫 직장인 방산 업체에 뼈를 묻고 있는 녀석이다. 그런 친구가 말한다. 미국 주식을 투자해야겠다고. 순간 놀랐다. 예전에는 투자가 옵션이었다. 한국이 성장기 시기를 겪을 때, 최고의 안전자산은 은행이었다. 기본 금리가 높았기에 은행에 돈만 넣어도 안전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친구도 그런 주의였다. 투자는 너무 위험하다. 리스키 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그런 그가 투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요즘은 투자는 기본이다. 옵션이 아니라 기본. 한국은 성장기를 끝나고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기준금리도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은행의 이자로는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에 초과수익은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답이 없다는 MZ 세대들은 한방 몰빵 투자에 집중한다. 리스키 한 코인이지만 그들이 볼 때에는 인생역전을 하기에 이만한 요소가 없다. 청산당하더라도 어차피 현생은 어려우니까, 주식도 마찬가지다. 테마주 단타에 젊은 세대는 열심이다. 전업을 한다면 테마주 단타를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보수적인 친구에게는 절대 권할 수 없다. 권한다면 그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경제를 조금 공부한 분들은 좀 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 시작한다. 서학개미가 많아진 이유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테마주의 제1의 원칙은 대장주를 매매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주식시장을 볼 때 대장 시장은 어디일까? 미국이다. 미국은 패권을 가진 이래로 꾸준히 우상향했다. 대한민국이 인구난에 허덕일 때, 미국은 압도적인 국력과 성장을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을 내세워 이민자들을 받아들인다. 자본과 인구, 그리고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힘. 이것이 미국 시장을 견인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자식이나 절친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시장이다. 과거에는 국장을 추천했지만 변동성 강하고 테마에 휘둘리는 국장보다 미장이 낫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이기에 더더욱 안정적인 투자처가 필요하다.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집에는 여러 가지 주식 책이 있었다. 트레이딩에서부터 가치투자까지 대가들의 책도 있고 기초를 다룬 책도 있었다. 유튜브나 인터넷이 발달했기에 너무 기초적인 것을 제외하고, 투자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사항들을 밀도 있게 정리한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우리 집에는 그런 책이 없었고, 몇몇 마인드에 관련된 책만 추천하고 헤어졌다. 이후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 서점을 가서 투자서들을 살폈다. 이런저런 책들 중에서 눈에 들어온 책이다.
저자는 일본인 투자자로 헤지펀드의 방법론을 녹여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패시브적인 지수 투자에서부터 플러스알파의 종목까지, 거시적 매크로에서 기본적, 초보적인 기술적 타점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일본인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책은 대체로 얇고 요약적이다. 그렇기에 가볍다는 인생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또 다르게 생각한다. 바쁜 현대인이 두꺼운 책을 여유는 없다. 가급적 핵심적으로 요약 위주로 지식을 정리한 것을 선호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딱 그런 케이스다. 포트 운용과 기본적인 매크로, 펀더와 기본적인 진입 타점까지, 전방위적인 부분을 잘 요약하여 정리한 책이다.
물론 여러 분야를 골고루 다룬 만큼 이 책 한 권으로 주식을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곤란하다. 세상에 어떤 주식 명저라도 책 한 권으로 주식시장을 마스터할 순 없다.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책은 친절한 기본서이다. 투자에 대해 여러 가지를 핵심적으로 잘 정리한 기본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투자를 깊이 있게 한다면 이 책을 토대로 다른 지식들을 쌓아야 한다. 책을 훑어본 뒤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직장인 친구에게 안심하게 추천할 수 있는 미장 기본서. 전문성이 있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그렇지만 대다수 일반인 직장인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장에서 지수 투자를 베이스로 깔고 좋은 종목을 중장기적인 추세로 매매하고 싶은 분들은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