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작은공간
  • 이미 시작된 전쟁
  • 이철
  • 18,000원 (10%1,000)
  • 2023-04-17
  • : 1,389

 2022년, 세계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다. 이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연대와 화합을 강조했다. 물론 중국과 미국을 큰 축으로 한 갈등이 있었지만 정치적인 레토릭과는 별도로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최소한' 서로를 불편하지 않게 한다는 룰이 암묵적으로 지켜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에서는 기술력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에서는 원자재와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세계는 공생하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통하여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나의 세계'라는 가치는 '편가르기'와 '각자도생'으로 대체됐고,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IRA 법안을 통하여, 중국에 내줬던 원자재와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시작했다. 유럽 역시 CRMA를 준비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원유 생산국의 중심인 사우디는 OPEC을 내세워 원유 디스카운트를 주장한 미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는데 이 역시 경제적 이익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세계화에서 탈세계화로 나아가는 최근,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다. 작년부터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하여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중국 역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대만을 포위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물리적인 전면전이 오늘날 현대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중국은 자국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표현한 단어가 바로 '중화사상'이다. 그렇기에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숱한 지도자들은 위업을 강조하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중화의 확장이다. 호전적인 제국의 황제들은 역사에 명군으로 남기 위해 제국의 범위를 넓히고자 애를 썼다. 진 시황, 한 무제, 당 태종, 명 영락제, 청의 건륭제, 이들의 공통점은 정복전쟁을 통하여 중화의 범위를 넓힌 지도자다. 지금 중국의 지도자인 시진핑은 3연임을 성공시키며 사실상 절대 독재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그 역시 자신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중화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한다. 여기에 대만을 두고 '통일의 대상'이라고 꼬집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기에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참고하여 대만을 향해 직접적인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 분단된 우리나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치기 전에 북한이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두고 대만을 치려니 많이 껄끄러울 것이다. 만약 동아시아에서 물리적인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의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미국과 EU의 개입이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전 세계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병력의 수가 동아시아에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자국 영토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의 1위가 일본이고 2위가 우리나라다. 미국은 왜 이렇게 동아시아에 병력을 집중한 것일까? 바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중국이 주도하여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역시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전쟁의 규모도 엄청날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있었는데, 대통령의 발언과 뉴스를 보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선 중기, 병자호란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조선 중기, 광해군과 인조 시대에 중국은 명나라와 새롭게 떠오르는 청나라의 패권 다툼이 있었다. 광해군은 명과 청, 사이에서 실리적인 노선을 탔지만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명나라만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청은 명을 치기 전에 후방에 있는 조선을 먼저 공격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묘호란, 병자호란이었다. 지금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최선의 노선은 중국과 미국, 양국과 친해지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호한 노선을 타기에도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하여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의 입장을 우선했다. 중국 역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인 이철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작년에 쓴 책 《중국 주식 투자 비결》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아직까지 대중적이지 않다. 물론 요즘은 관련 ETF가 많이 나와서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리스크가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인지 국내에 중국 투자와 관련된 도서들은 아쉬운 경우가 많았는데, 《중국 주식 투자 비결》은 생각보다 디테일했고 투자와 종목을 넘어서 중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한 점이 돋보였다. 전작을 읽으면서 저자의 중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정말 풍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신간 역시도 비슷했다.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인 주장이 강하지만 그런 주관성을 배제하고 제시된 자료를 볼 때 무척 구체적이다.

 

 다만, 책의 결론에 있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저자는 '이미' 전쟁은 시작됐으니, 북한의 선제공격을 받기보다 중국과 협상을 통하여 개입을 차단하고 오히려 남한이 전쟁을 주도하여 무력통일을 시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취지는 잘 알겠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국과 협상을 들어가려면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데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부분도 문제가 될 것이고 러시아의 예를 보듯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물리적, 여론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결론은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실적으로 볼 때 고려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책을 통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중국과 대만에 상황과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야기할 때 '분단과 전쟁 가능성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데, 책을 읽으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가지고 있는 불안요소들에 대해서 새삼스레 돌아보게 됐다. 분열과 대립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실리적인 외교를 진행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장기투자 중인 기업들 역시도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