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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22주년 기념 양장 특별판)
  • 앙드레 코스톨라니
  • 15,300원 (10%850)
  • 2023-03-15
  • : 980

 전통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행위를 합리적으로 규정한다. 여기에 따르면 수요와 공급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배울 때에는 제도권에서도 전통 경제학을 메인으로 가르쳤다. 그렇기에 나도 '경제활동 =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수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것 같다. 이 공식이 깨지게 된 것은 주식을 시작하면서였다.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옆집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께서는 주식을 하는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한국 기업들의 주식판은 참 도박장 같아. 자네 생각을 해보게, 기업 시총이 등락률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라고... 그때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못했지만 이 물음은 나에게 큰 화두를 남겼다.

 

 주식은 회사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급적 요인에 따라 가격의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할아버지가 꼬집은 것은 변동성이 큰 것을 꼬집은 것 같다. 작전 세력들이 들어오거나 매수세가 강한 주식은 크게 시세를 줄 경우(상한가를 포함하여) 단기간에 50% 이상 오르는 경우가 흔하다. 기업 시총이 며칠 만에 50% 정도 오른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가격 책정인가? 쉽게 말해 1000원 하던 라면이 어느 날 갑자기 1500원으로 오른다면 소비자는 이 가격 인상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라면, 신라면, 삼양라면과 같이 특정 회사를 대표하는 라면이 엄청난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시민들의 강한 반발과 더불어 정부의 규제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주식판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합법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주식시장은 근대와 현대의 경제적 토대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시스템이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에서 이런 '비합리적인'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렇기에 특히 단기 매매, 트레이딩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장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특정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비이성적 과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누군가의 비이성적 과열은 나에게 있어 수익실현의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제로섬 게임이라는 전제는 유동성이 고정됐다는 가정에서만 유효하다. 즉 시장의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단기적인 수급에 의해 과열이 결정 난다. 한 마디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박스권 장세나 돈이 빠지는 하락장일 때에만 유효한 개념이라는 소리다. 2020 ~ 2021년과 같이 시장에 돈이 밀려 들어오는 장세에서는 시장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너도 나도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그럼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정리해 보자. 전통 경제학은 시장 행위를 합리적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이성적 과열이 일상화되어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시장의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성장하는 경우, 두 번째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서 비이성적 과열에 따라 기회를 노리는 경우, 첫 번째 경우는 미국장에 해당되고 두 번째 경우는 한국장에 해당된다. 결국 국장에 투자하여 성공하려면 과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로 판결 난다. 주식에서 돈을 버는 것에 핵심은 변동성이고, 이 변동성은 결국 비이성적 과열이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네가 말하는 것은 단타나 트레이딩에 해당되는 것이고, 가치투자나 장기투자는 해당되지 않는 개념이지 않느냐고.' 글쎄 과연 그럴까? 가치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치투자란 시장에서 오해나 편견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을 싸게 사서 제값에 팔거나 더 비싸게 파는 방법이다. 가치투자가 성립되려면 필연적으로 '오해와 편견'이 필요하다. 즉 인간의 비이성적인 요소들이 개입해야만 가치주가 탄생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가치투자자라도 시장에서 비롯하는 '비이성적 요소'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변동성이 강한 주식투자에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멘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심리' 여기에 주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감정이 개입하고 심리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서 거래를 하는 시장이기에 인간적 속성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다. 인간의 심리 때문에 기업가치가 떨어지기도 하고 과열도 생긴다. 그렇기에 대가들은 투자를 한 뒤 요동치는 심리를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양 떼와 같은 군중심리를 극복하면서, 외로운 늑대가 되어 대중과는 반대되는 생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했다. 이달은 첫 거래부터 꼬였다. 유독 이달에 매매 실수가 잦았다. 성우하이텍에서도 매도가 아쉬웠고, 고바이오랩과 같은 주도주 종목들도 발굴을 잘 해놓고 심리적으로 유지를 못하여 조금밖에 수익을 못 냈다. 이렇게 투자를 할 때마다 흔들리는 날이나 손절이 큰 날에는 코스톨리나의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전에 리뷰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 이어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도 22주년 특별 기념 양장본으로 재출간됐다. 일전에 출시된 반양장본은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했는데 이번 책은 튼튼한 양장본이라 오래 두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책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하는 책이다. 이번에도 읽으면서 확신했다. 투자를 완성하는 것은 기법이나 법칙이 아니라 '심리'라고, 이 게임은 멘탈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유럽 증권계의 아버지이자 투자의 대가 코스톨라니도 이런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에 이 책을 저술했을 것이다. 깔끔하게 출간된 양장본 책을 덮으며 옆집 할아버지가 던진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정리했다.

 

 '기업 시총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시장이 합리적이지 않고 심리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입니다. 큰 변동성은 기회이자 리스크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시장의 오해와 과열을 잘 이용하여 돈을 법니다. 결국 심리를 극복하고 이기는 투자자가 진짜 위너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런 변동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잘 이용할 것입니다. 그 길은 무척 힘들겠지만, 투자는 심리게임이라는 코스톨라니의 말처럼 시장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내 심리를 잘 다스려서 경제적 자유라는 정상으로 조금씩 전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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