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기억을 끊임없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수정되는 유동적인 실체로 여겼다. 그는 이런 역학을 ‘사후성(nachträglichkeit)‘이라고 지칭했다. 사후성은 어릴 때 겪은 충격적인 사건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의미들로 여러 층위를 이룬다는 의미다. 프로이트는 특히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에 주목했는데, 이런 성적 학대 사건은 아이가 나이가 들어 특정 발달단계에 이르면 회고적으로 재생되는 특징이 있다. 아동기의 성적 학대가 늘 아이에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아니다. 아이는 처리할 수 없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적인 경험은 재처리된다. 아이는 발달 단계마다 학대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 달리 이해하게 된다. 학대당한 아이가 10대가 되고 성인이 됐을 때, 처음으로 성관계를갖거나 아이를 낳았을 때, 그리고 자녀가 자신이 학대당했던 나이가 됐을 때마다 학대 사건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재처리될 것이다. 애도의 과정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의미의 새로운 단계들이 축적된다. 시간이 지난다고 반드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다시 나타나기를 거듭하며,
사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사실적인 기억으로 경험된다.-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