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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박사님의 서재
  • 에브리맨
  • 필립 로스
  • 11,700원 (10%650)
  • 2009-10-15
  • : 7,26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망가진 노란 오리 장난감 ('에브리맨'을 읽고)

19개월 된 아들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노란 오리 장난감이 망가졌다.

아직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아들은 나에게 장난감을 건네준다. 내가 태엽을 감은 후 장난감을 건네주면 아들은 재빨리 움켜지고 -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 내팽개쳐 버린다. 그리고 멈춰버린 장난감을 다시 나에게 주고 장난감이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내팽겨짐을 당해 망가져버린 장난감은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아들은 2년이 채 안 되는 인생 속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오래 가지고 놀려면 소중히 다뤄야 한다’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몰라서 또는 항상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에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또 나에게 중요한 것들은 아껴야하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또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이러한 소중함을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 ‘그’는 오십이 다 되서 고용한 젊은 여자 비서 메레테와의 불륜으로 두 번째 부인인 피비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한 ‘그’를 쫒아낸 건 피비였지만 내쫓김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그리고 메레테와 세 번째 결혼을 한 후 ‘그’는 후회했다.

“오래지 않아 그는 메레테가 그 작은 구멍 이상의 것,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29p)

그리고 피비를 닮아 친절하고, 자신에게 지극정성인 딸 낸시를 보며 다시 한 번 후회했다.

“내가 그때 피비에게 그런 식으로 상처를 주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피비에게 그런 수모를 주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113p)

왜 그 때 알지 못했을까? 당시에는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별 의미 없는 것들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뒤늦은 후회는 항상 마음이 아프고, 되돌릴 수 없음에 한 번 더 아프다. 소설 속에 ‘그’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난 후에 아내의 소중함, 자식의 소중함을 깨달았지만 이미 떠나버린 후였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던 형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마치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부셔버린 1.6살의 어린아이처럼 주변에 소중한 것들(사람 또는 물건)을 함부로 대하거나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후회한다.

“고맙고, 수고했고, 미안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영화배우 신성일씨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내인 엄앵란씨에게 남긴 유언이다. 아내가 55년간 존경했다고 말 할 정도로 잘 살아온 남편임에도 마지막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에 내 마음이 동했다. 만약 영화 ‘어바웃타임’처럼 내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미래에 후회할 것들이 줄어들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늙어가고, 모든 사람이 죽는다. 아마 나도 죽기 전에 소설 속 ‘그’와 같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회상을 할 것이다. 그 때 후회하지 않도록, 후회할 것들이 별로 없도록, 다시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나중에 후회할 것들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소중한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오늘도 아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망가진 노란 오리 장난감을 집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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