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학생이기에 돈을 아껴야 하니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다녔는데 매일 똑같은 길이 지겨워 한골목씩은 새로운 길로 다녔다. 그러다 예쁜 버건디컬러의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집을 발견했는데 창 너머로는 사람들이 편하게 엎드려 책을 읽는 아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엄마,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놀면서 듣는 아이...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공간에 대한 어떤 설명조 없고 그저 집 안에 책이 많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 뒤로도 가끔 그 곳을 지나갔는데 지금 예상해보면 아마도 자신의 책과 거실을 사람들에게 내어 준 개인서재도서관이 아니었을까. 도서관하면 정부에서 지은 건물에 일련번호가 적혀 있고 떠들어서는 안되며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책만을 보러 가는 곳이라는 생각만 했던 나는 그 때 그곳이 도서관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베짱이도서관은 그 때 내가 인상깊게 봤던 신비로운 공간과 닮아 있다.
책이 주인공이기는 하나 늘 사람이 함께인 곳, 도서관에 오는 어른, 아이, 남자, 여자, 학생의 구분 없이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곳, 배고프면 가지고 온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고, 다름을 인정하고 안아주는 곳.
사람이 있고, 책이 있고, 마을이 있고, 사랑이 있는 이 귀하고 따뜻한 공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