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잊었던 과거가 떠오른다. 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보았던 순간을 포착한다. 총 4장의 챕터로 나누어지는데 읽다보면 각 장 마다 평범한 소재가 시가 되어 환생한다. 시인의 눈은 모든 것들이 허투루 존재하는 것이 없다. 낡은 구두가, 회색 봄날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가족을 희생하며 살았던 아버지가 생각나 울컥해진다. 고슴도치의 운명이 그러하고, 끝없이 기어가는 담쟁이의 숙명이 그러하다. 이 모든 사물은 시적인 프레임에 들어오면 의미가 되고 존재가 된다. 첫 시집임에도 시인이 갈고 닦은 내공이 놀랍다. 시 한구절, 한구절 정교하게 빚은 보석같이 빛난다. 글을 쓰는일은 힘들고, 더욱 은유가 필요한 시어를 조련하는 일은 시인의 오랜 성찰에서 비롯된다. 이 시집을 보면서 느꼈던건 우리가 얼마나 귀한 존재를 그냥 스치고 사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아껴가면서 읽고싶다. 박영희 시인의 다음 시집을 응원하며 또 보석같은 시를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