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빛나는 순간이 언제일까
analog 2025/12/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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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돌프J
- 유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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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5-11-07
: 4,395
12월은 내내 크리스마스에 관한 그림책만 읽어도 모자르다. 산타, 루돌프, 눈사람, 선물, 겨울 놀이, 트리 등등. 11월부터 트리를 달고 설레는 맘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는데 크리스마스가 와버렸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눈사람 아저씨>뿐만 아니라 여러 크리스마스 작품을 읽으며 생각한 건 ‘1년 내내 읽으며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12월을 함께한 여러 작품 중 새로웠던 건 ‘루돌프 J'. 고전 산문을 그림책으로 재해석한 웅진주니어의 <돌돌옛글조림> 시리즈다.
‘노마설’이라는 고전 산문을 재해석했다기에 ‘노마설’을 검색해봤다. 수능 지문 해석에 대한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나마 루돌프J 덕에 새로운 글들이 보인다. 검색 결과처럼 돌돌옛글조림 시리즈가 고전산문을 문학 작품 그 자체로 즐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기대된다.
그림책 속 은퇴한 루돌프 J의 이야기는 여러 생각과 이어진다. 은퇴, 직업 의식, 선배에게 배우는 가르침, 빛나는 순간 등.
트리가 밝게 빛날수록 더이상 빛나지 않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썰매를 끌 때 스스로 가장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 루돌프J의 생각에 국어 교과서 숙제를 검사하다 뭉클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미리 생각 숙제로 냈는데도 수업 시간에 “빛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라고 적는다. “OO이가 왜 빛난 적이 없어. 우리 반에서 청소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구석구석 열심히 청소도 하고..”라며 이야기 해주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고 고쳐적는다. 아이는 자주 발표하려고 손을 들고는 막상 일어나서는 “모르겠어요.”라고 답을 하거나 자신을 쳐다보는 친구에게 왜 자기를 쳐다보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나랑 놀고 싶은가?’라고 생각해보자.”라며 알려주기도 했지만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다. 그 모든 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자존감이 낮아서 벌어지는 일들이었음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올해 학급운영에서 가장 가장 끈기있게 해낸 건 학급신문이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고, 더욱 더 긍정과 격려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너는 항상 빛난다’고 격려해주는 산타처럼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학년이 바뀌면 아이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공개적으로 나누게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꼭 이어서 하고 싶다.
“네 빛은 사라지지 않아
네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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