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쁜 3월에는 이 책이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그냥 마냥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 아닌가?'라는 투정도 터져나왔습니다.
누군가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돌봐주는 손길은
참 손이 많이 가고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인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고귀한 일을 곱게 봐주기도 힘드니까요.
바쁜 일정들이 하나씩 치워지고~ 비로소 내 몸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줘야겠다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이 책을 열게 됩니다.다시 읽어보니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는 세상에서 '마나의 편지'는 쉼표 같은 이야기네요.
일단 어디든 쏙 들어갈 법한 판형.
고운 분홍빛.
누군가로부터 도착한 편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아, 무심하고 심드렁한 내게 툭 하고 들어오던 이 평범한 첫 문장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내 곁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지도 나누지도 못하며 지냈구나.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있어. 설레며 편지를 뜯는 마음으로 한 장씩 넘겨봅니다.
비바람이 불던 어느 날 떨어진 복숭아.
이름을 부르자 귀, 손, 발이 생겨나 아장아장 걸어나오기 시작한 숭아들.
그 뒤부터 주인공 마나와 숭아들과의 즐거운 동거생활이 시작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숭아는 '멍숭아'

다른 아이들보다 흙투성이에서 발견되 다른 아이들보다 몸도 작은 이 아이를
마나는 정성스레 보살핍니다.
멍숭아를 비롯해서 숭아를 보살피는 마나의 모습에서
아이 셋과 함께 한 지난 육아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왜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존재인 나의 아이들에게
욱하고 화내고 다정하게 굴지 못했었는지.
지난 날을 떠올리다보면 후회가 한움큼이지만요.
함께 해서 재미있었던 순간들. 매일매일이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매일이 새로웠던 날들.
늘 천진난만 아가들같은 숭들이 가을이 되고 무럭무럭 자라
다른 존재를 돕게 되는 부분도 뭉클합니다.
나눌 줄 아는 존재로 무럭무럭 자라는 숭아들.
이야기 속에서는 마나가 숭아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역시 복숭아의 계절이 여름이라 그런가 이 책하면 '여름'이 주는 온갖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온 봄으로 마무리되느 이야기지만
이 책을 여름에 다시 펴 볼 거에요,.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누군가와.
네 이야기가 궁금한 내가 되어서.
지금의 순간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자꾸 가까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봄이기도 합니다.
남들 눈에는 그저 떨어진 쓸모없는 복숭아들이
마나에게 귀한 숭아들이 되었듯이~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돌보지 않으면 그냥 사그라드는 것들이
내 주변에 가득하니까요.
책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미소짓는 모습에서 스스로 돌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이야기.
따스한 마나의 편지에 오늘은 답장을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