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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i2019님의 서재
  • 보이지 않는 이야기
  • 하이메 감보아 골덴베르
  • 15,120원 (10%840)
  • 2025-12-26
  • : 225

  하얀 배경에 매끈매끈한 형체의 꽃, 새 , 뱀과 같은 형상이 보여요. 나도 모르게 손을 대서 문지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도트 점이 손끝으로 느껴져요. 처음엔 '보이지 않는'이라는 제목과 점자를 형상화한 제목에서 '시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거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막연히 짐작했습니다.


  보통 작가를 살펴보면 작가의 전작을 유심히 봤는데. 이 작가는 생소했어요, 글 작가나, 그림작가나. 처음에 글 작가가 '하이메 감보아 골덴베르'라고 해서 세 사람이 지었나 했다니까요? 코스타리카 출신 작가이자 음악가라니. 노래를 작곡하는 작가가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글을 썼다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잖아?" 라고 말해주는 거 같구요.

그림작가 웬슈첸 또한 페이퍼 커팅 작품을 주로 작업하던 작가라 더 기대가 컸습니다. 그동안 제가 접한 페이커 커팅 책들은 직접 커팅한 면을 만질 수 있는 책들이었는데(그래서 읽다보면 손상이 갈 수 밖에 없던 애지중지하던 책들)


  이 책은 페이퍼 커팅과 콜라주로 작업해 그 장면을 찍어 옮긴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페이퍼 커팅 기법만의 그 느낌이 살아날 것인가 궁금했거든요. 게다 배경이 온통 흰 색이라니~ 모험 아닌가 했는데~ 역시 기우였어요. 작가가 선택한 색과 기법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니 배경으로 보이던 곳은 도서관인 듯해요. 표지 속 주인공들은 '이야기'를 상징하는 듯 하구요.


  가지각색의 다양한 이야기들.

그 중에 특별한 '이야기'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인 이야기죠.

도서관의 깊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사는 '이야기'.

유명한 이야기들이 서로 내가 더 많이 사랑받는다고 다툴 때

그늘진 곳에서 한숨쉬는 '이야기'.

구석에 있다고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사랑받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구요.

스스로를 유령이가 부르며 아무에게도 안보이는 존재라고 말하는 '이야기'.


  하지만 어느날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손 끝으로 책 표지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마침내 숨어있던' 이야기'에도 손을 뻗는데

안 돼. 제발 읽지 마.

난 닳아서 사라질까 봐 두려워


  지레 겁먹고 도망치려는 이야기.

이야기는 왜

그렇게 누군가 찾아주길 바랐으면서

자기도 사랑받기 원했으면서 왜 소녀의 손길을 거부했을까?

넌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야.

눈으로는 너의 멋진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단다


소녀를 만나자 마자 반갑게 다가가기는 커녕 도망치려는 이야기를 소녀는 이렇게 멋진 말로 품어 줍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이었지만

우린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들이잖아요.

하루라도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고.

생각해보니 이야기는 들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고

게다 만질 수도 있는 것이군요.


  그리고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토록 많음에 늘 놀라잖아요.

뒷장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이야기가 더 와닿습니다,

처음에 작가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도 조금 풀렸구요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것은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걸까?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의 시골에 태어나 고향의 음악을 연주하는 작가가 늘 품었던 생각이라해요. 어쩌면 작가 자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페이퍼커팅과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된 그림은 숨겨진 이야기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언뜻 보면 텅 빈 듯한 하얀 배경에 알고보면 겹겹이 채워진 도서관 속의 책들.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 속에 알록달록 "나야, 또다른 이야기" 하고 숨겨진 이야기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용기, 그리고 다름을 바라보는 너른 마음'을 얻게 되기를. 이 책은 기법과 내용 모든 면에서 제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안긴 책이었습니다.

새학기를 준비하며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이렇게 숨은 이야기들이 많구나 실감하는 요즘.

혹시 구석에 숨어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주겠어~ 불안에 떨고 있는 숨은 아이들의 마음도 찾아내보고 싶다고 다짐하는 책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림책입니다. 바쁜 중에 아이와 오랜만에 노란 불을 켜고 이 책을 읽으니 자꾸 이야기가 끊이질 않네요. 오늘도 나름의 이야기를 펼쳐낸 우리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달라서 자꾸자꾸 더 찾게 되고 빛나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우리 내일도 만나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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