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모으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하는 '주제'가 생기더라구요.
최근에 제가 모으기 시작한 책들은 '사과' 가 주인공 된 책. 백설공주가 유혹에 넘어간 그 사과요.
저는 표지의 사과만 보고도 사과의 길에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쌀을 떨어져도 사과는 떨어지지 않게 매일 하나씩 돌돌돌 돌아가며 깎는 사과.
그래서 이 계절에만 딱 먹는 과일이라는 특별함은 없을지 몰라도 매일 함께 해야 안심이 되는 사과인데
왜 그냥 사과를 사실적으로 그린듯한 이 그림에 매혹당했을까.
온라인 서점에 마침 재료의 비밀이 나와 있네요, 삼합 장지에 황토와 안료로 바탕을 깔고~
'먹의 깊은 검정, 호분의 닥닥한 백색으로 토대를 올린 뒤~'>와~ 그림을 그리기까지 이렇게 공들인 작업이 있었구나.
표지의 검정이 그냥 검정이 아니고
면지의 황토빛이고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소중히 포장된 상자 속 그림책을 꺼내 보듬으니, 표지의 까끌까끌한 질감도 병풍을 쓰다듬으며 느꼈던 그 감촉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색으로 표현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끌렸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데 설레임으로 책장을 열고 주르륵 넘겨본 책은
어라, 그냥 사과가 우리 입에 닿기까지 과정이잖아.
뭐, 생명의 위대함. 때로는 삶의 길과도 견줄 수 있는 사과의 길인가
내게 확 와닿지 않는데 하면서 딸아이에게 넌 이 책이 어떻게 보이냐고, 읽히냐고 물었죠.

딸아이는 이 책을 읽자마자
"엄마, 모르겠어?
이거 사과 껍질이 탯줄이잖아!
생명의 탄생, 위대함 그런 이야기 하고 싶은거 같은데!" 라고 말하는거에요.
응?

그리고 이 장면은 엄마 뱃속 같지 않아?
작가님이 일부러 이렇게 그리신게 아닐까?
아이의 한 마디에 처음부터 책장을 다시 넘기니
신기하게도 '사과의 길'이 '엄마의 길'이라 읽힙니다.
마침, 오늘이 제가 엄마로서 역사를 시작한 날이거든요.
동그란 길을 따라 내게 온 아이.
연분홍 사과꽃을 피게 하고
돌돌돌 아이가 오는 그 길을 내주다보면
아이를 안아주는 해님도 만나고
젖줄기 같은 비님도 만나고
때로는 마구 흔들어대는 바람도 만나지만

그끝에 사각사각 그 새콤하고 달디 단 것을 내주고 싶은 아이.
언제까지 그 길을 내 줄 순 없을테고뚝~ 끊어져 스스로 새로운 길을 낼 아이지만
달달한 과육을 맛본 아이는 또 노랗고 푸르스름하고 빨갛고 자신만의 구불구불한 길을 낼테죠.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사과의 한살이와 함께 살아 낸 시인의 시간이 동그란 동그란 모습으로 그 속에 쌓여 있다는데 이 시가 다시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배경도 궁금해졌어요.
+ 김철순 시인이 궁금해 찾아보니 10여년 전 시집을 내면서 50대 산골 아줌마의 첫 동시집 이란 타이틀로 각종 인터뷰 기사들이 많이 실렸더라구요. 사과향이 가득한 마을에서 살다가 이렇게 고운 시를 만들어낸 김철순 시인.
그리고 자신만의 길로 그림을 그리던 김세현 화가가 만나 너울너울 춤추는 아름다운 시 그림책 한 편이 탄생했네요.
마지막 두 분 작가의 말도 시처럼 들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인 그림책.
돌돌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고
그 길이 끝나더라도 달디달고 상큼한 한 입이 기다리니 지금의 볕과 바람과 비를 즐기라고 말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그리고 왜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어야하는지 다시금 알려준 그림책.
이 책을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오늘 우리 아이 뭐 먹이나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돌돌돌~ 오늘도 오늘의 길을 잘 내어봐요. 우리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