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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i2019님의 서재
  • 우리는 매일 안녕 안녕
  • 윤슬빛
  • 12,600원 (10%700)
  • 2025-07-30
  • : 411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돌아왔다. 아직은 여름인 지금, 개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동화, <우리는 매일 안녕 안녕>을 만났다. 이 책을 덮었을 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친구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누군가 먼저 물어봐주길,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숨결같은 동화'라고 할까. 그리고 개학식에 특히 우리가 함께 할 모든 날들에 '다정함'이 깃들긴 바라며 읽어주고 싶은 동화이다.


책 속 주인공인 린아는 반짝 머물렀다 금세 사라지고 마는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는 아이다. 주변의 작은 존재들에게도 기꺼이 눈길과 손길을 내 줄 수 있는 아이. 하지만 이런 사랑스러운 순간을 같이 나눌 친구가 없는 아이이기도 하다.

반 친구들 앞에서면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남들은 쉬이 하는 "안녕"이라는 말이조차 먼저 꺼내기 어려우니까. 발표를 할 때면 친구들의 시선에 따끔따끔 겁나는 아이니까.

그런 린아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민꽃게를 발견하고 작은 말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민꽃게를 다시 돌려보내기로 하면서 자기와 닮은 모습에 '둥근 조약돌'을 건넨다. 린아가 불안할 때면 마음을 달래주던 주머니 속 둥근 조약돌이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던 기억으로 '학교공포증'까지 생긴 민꽃게에게 숨을 장소가 되어 줄거란 걸 안것이다. 그리고 바다의 숨길로 흘러들어온 민꽃게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이 동화를 읽으면서 유난히 사랑스러운 표현이 많았는데 '숨길'이라는 단어는 이야기의 주제와도 통하면서 기억하고픈 단어라 이곳에도 적어본다. 민꽃게의 숨길을 찾아주는 과정이 린아의 '숨길'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인생에서 우연히 가는 곳이 같은 친구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린아는 운좋게도~ 민꽃게와 함께 하는 길에서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나디는 윤하와 휠체어를 밀던 동생 나율을 만난다.

그리고 평소 홀로만 즐기던 수첩 속 이야기를 꺼낼 기회가 생기는데~

달디달고 달디단 단어, 친구

입안에서 몇 번을 굴려 봐도 질리지 않는 단어가 린아의 수첩 속에도 린아가 쓰는 시 속에서도, 앞으로의 삶에서도 가득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망가진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하지만 그보다는 친구, 관계, 관심과 이해, 숨길같이 마음을 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도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린아의 시를 읽는 재미는 이 책 속에 숨은 재미. 홀로만 적어내려가던 시를 나누면서 린아에겐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데~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다정함과 친절을 내준 린아와 개학식날 함께 하길 바랐던 민꽃게의 바람에 따라 아이들은 바다 속 학교에 가게 된다. 바닷 속 교실에서 <찰흙>이라는 시를 낭독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깊다


무엇보다 시를 읽기 전 린아가 움츠리고 있는 민꽃게에게 네 이야기를 담은 시를 친구들 앞에도 읽는게 괜찮은지 묻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남에게 베푸는 친절이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하니까.

찰흙

                              서린아

망친 찰흙 작품을

쓰레기통에 넣은 날

복도에서 누가

내 등에 붙은 가격표를 떼어 줬어

아주 자주

축축한 찰흙을 만지는 기분

무딘 조각칼도

상처를 낸다는 걸

교실에서 배웠지

찰흙은

그늘진 곳에서 말려야 한다는 것도

그늘 깊은 데서

나를 말린다

서서히

갈라지지 않게

p.96-97

  결국은 이 시가 뒤늦게 민꽃게의 상처받은 마음을 대신 전하고 ~ 바닷속 친구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듣지 못한 목소리와 마음에 귀기울이게 된다.

"누가 왜 나한테 그랬는지 모르겠어. 근데 나는,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여기 있고 싶어.

앞으론 그, 그러지마."

민꽃게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았어요.

하지만 귀를 기울이니 작은 목소리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죠.

p.99

이 책을 읽으면서 교실 속 "안녕"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구보다 큰 소리로 반갑게 맞아주는 "안녕"에 익숙해진 사이 누군가는 수없이 마음속에 '안녕'을 품다 건네지 못한 순간은 없었을까. 누군가는 '안녕하지 못한 오늘'을 위로받고 싶지는 않았을까.

새학기 출발에 앞서 귀를 기울이는 법을 일깨워준 사랑스러운 동화 한 편. 마지막 으로 곁에 있는 존재들에게 기꺼이 내 시간과 품을 내어주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해보면서 작가의 말을 남겨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네는 다정한 인사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아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용기를 내는 건 늘 어렵지만 한 발짝씩 내딛다 보면

 여러분의 세계도 조금씩 넓어질 거예요. 또 모르죠. 

완전히 다른세계로 갈 수 있는 여러분만의 '숨길'을 발견하게 될지도요.

-작가의 말 중-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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