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한 권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무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발발한 지 두 달 후. 출간된 책이라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가, 프랑스에서는 알베르 까뮈가 번역을 할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라는 <마지막 꽃>. 당시에는 생소했던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로 펼쳐진 그림우화. 그 개정판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서버는 만화가이자 작가, 유머리스트, 저널리스트, 극작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작가에요.
그렇다면 '책의 표지에도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해서 찾아본 옛표지들. 다양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초판본을 비롯해 몇 가지 버전을 만날 수 있었어요.
시대나 장소를 바꿔 출간되면 색의 조합이 바뀌어도 표지의 큰 틀을 바뀌지 않았네요.


이번에 제가 만난 표지는 노란빛이 인상적입니다. 띠지도 꽃이 핀 토양의 모양으로 센스있게 바뀌었죠.
작가의 어마한 이력과 함께~ 속 모습 또한~
노란 표지가 따스한 감성을 일꺠워요.
그리고 책을 열자마자 작가의 다정한 헌사를 만나게 됩니다.

헌사에 등장하는 로즈메리는 작가의 딸입니다.
본 이야기가 들어가기 전, 만나는 헌사에서부터 작가가 이 책에 눌러담은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과연 과거의 지금보다 오늘의 지금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표지에서 느껴지듯 두툼한 두께. 노랗고 단단한 하드커버의 표지를 펼치면 간결한 그림체와 메세지가 전개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제12차 세계 대전은 문명의 붕괴를 불러왔다.
첫 시작부터 전쟁 속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12차 대전이라~ 처음에 1과 2사이에 , 가 빠진 것은 아닌지 한참 보았습니다. 작가는 딸에게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아마도 이 책 속 이야기 전개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은 반복되리란 걸 예감했던 걸까요?
반복되는 전쟁으로 문명은 붕괴되고 개들은 주인을 버리고 떠나고, 모든 숲과 정원이 파괴되고, 사랑마저 사라진 시대.
그러던 어느날 한 번도 꽃을 본 적 없는 소녀가 우연히 마지막 남은 꽃 한 송이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변화가 찾아옵니다. 소녀가 꽃을 발견한 것을 홀로만 알고 넘어갔다면 이야기는 그대로 멈춰버렸겠지만 소녀는 마지막 꽃이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그리고 소녀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이가 나타나죠. 이 책의 역사적인 표지가 바로 이 장면에서 탄생된 답니다.
겨우 두 사람이 마지막 꽃을 살려냈을 뿐인데 인간 세상에는 큰 변화가 찾아와요.
세상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 제일 반가웠던 것은 화가와 시인이 돌아온 순간!
하지만 이 책의 장르가 우화잖아요?
하나씩 사라진 존재들이 돌아올 때,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들도 다시 돌아옵니다.

군인들이 행진하는 페이지가 연속으로 이어지는데 정말 군대가 몰려들어오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세상일에 눈감고 귀닫고 살지말자 다짐하지만, 가끔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듣다보면 '아~ 안들을걸 그랬나? 이제 어떻게 되려고 그러나?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립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서 분노할 일들이 계속되면 인류애가 있긴 한건가 '의문점이 들 때도 있죠. 전쟁 뉴스 또한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속수무책 피해지역의 참상을 전해듣는 존재로서 무력감이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만 여전히 이 책을 넘기다보니 '마지막 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은 채워지고 있다고. 그래서 페이지를 끝까지 붙들라고 이야기하는 듯했어요. 전쟁 중에 발간된 이 책이 제겐 '마지막 꽃' 중 하나로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우리가 함께 지켜야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 이 글을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