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
끼니가 그렇듯 술도 그렇게 마시고 싶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어느 하나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이,
"한 잔의 술로 한 줌의 먹이와 함께 촉촉하게 먹고 휴식을 갖는다."가
내가 술과 안주를 먹는,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p.12
비오는 창밖을 보고 있으니 저도 오늘 기름냄새 나는 전에 막걸리 한 잔. 아니면 냉파스타 샐러드 이런 예쁜 음식에 스파클링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은걸요. 이 책은 이런 날 읽어야지요. 작가가 설명하듯 <안주는 화려하게>는 전작 <먹이는 간소하게>와 대구를 이루는 책입니다. 특히 이번 책에는 작가의 '술과 안주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저는 술을 아니,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갈수록 아무렇게나, 아무와 마시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젊어서는 안주는 스페샬이면 호강이고 아무거나^^: 주의였는데 나이들 수록 점점 안주 고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요즘은 집에서 남편과 가볍게 한 잔 할 때가 가끔 있는데, 두 권을 다 읽고 나니 전작보다 오히려 <안주는 화려하게> 속 요리들이 가볍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세상에 지켜야 될 법칙 같은 건 따로 없다는 것은 알지만, 또는 법칙은 깨지라고 있다는 주장에도 꽤나 수긍하는 편임에도
굳이 법칙을 만들어 사는 꼬장꼬장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
나는 언제나 괜찮은 것은 종잇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의 차이가 전부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물건이나
모두 조금의 차이가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좋은 것을 쓰고 사소한 것에도 타협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아름다운 음식이 된다.
그것이 내겐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요리이다.
p.78
작가의 요리 철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꼭 요리가 아니라도 '괜찮은 것이 종잇장 차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디테일이라고 하죠.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더라구요.
어딘가 아름다운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면 그 이상 무슨 안주가 필요하겠는가.
최고의 안주는 배경이다.
아름다운 정원, 숲, 산, 바다, 도시의 화려하고 빛나는 조명들, 빌딩숲,
강과 다리가 보이는 어딘가 또는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 한 잔의 술을 마시려고 이렇게 멀리 떠나왔던 것이냐!"를 외치며 감격에 젖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다, 친구나 지인과 같은 마음,
적어도 비슷한 마음으로 함게하는 술자리가 가장 즐겁다.
p.116
작가처럼 요리는 못해도, 술 좀 하는 사람들(절대 주량 문제가 아니라 술 자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 아닐까요. 문득 지난 술자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어떤 날은 줌으로 여러 친구들과 만나 각자 준비한 술을 마시며 수다꽃을 피우기도 한다.
각자 화면을 통해서 만나는 것임에도 그야말로 사운드가 겹쳐 어지간히 왁자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보면 이건 혼술은 분명 아니다.
반명 어떤 자리에 나갔는데 상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나홀로
술을 마신다면 이건 혼술인가? 아닌가? 헷갈린다.
p.128
이 부분에선 클럽 주책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건강문제를 생각하게 되고 여러 사정으로 친구들과 술자리 만들기도 힘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술과 함께 자꾸 함께 할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
이제 건강 생각해서 금주하고 절주해야하는 나이임을 실감하지만
그래서 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더 화려하게! 좋은 이들과 기꺼이 시간을 내서 함께 마시고픈 마음!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을 불러 내가 만든 화려안 안주들을 차려내고픈 마음.
안주는 화려하게를 읽다가 발견한 새로운 조합의 안주는 김치볶음밥과 화이트와인!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이랑 먹는거 아냐? 하는 했는데 꼭 한 번 함께 먹어봐야곘다 체크체크 해두고요.
조미김과 흰쌀밥(툭하면 등장하는 우리집 주식)에 브리치즈를 함께 하는 조합이라니!
장봐온다는 남편에게 당장 브리치즈를 부탁해봅니다.
요리를 할 때 언제나 즐겁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요리가 즐겁지 않다면 괴로운 일이다.
외부로부터 즐거운 일이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꺼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 요리를 하고 누군가와 함께 맛나게 먹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즐거운 분위기를 올려줄 알코올도 함께라면 더 좋겠지.
물론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다 귀찮고 지치는 날도 있다.
철퍼덕하고 누워서 가로 생활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늘 긍정적이고 활기찬 상태로 사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철퍼덕 누워있다가도 또 벌떡 일어나 에너지를 파보자.
파다보면 또 뭔가 나온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는 거지, 뭐!
p.169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냉장고 속에서 이것저것 꺼내 안주상을 만들고
그래~ 아 좋다. 오늘하루도 잘 보냈네. 스스로 위안삼다보니
작가가 처음 한 말이 떠오르네요.
지나친 음주는 해롭고요, 지나친 안주는...살쪄요.
아무래도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 운동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화려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