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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i2019님의 서재
  • 먹이는 간소하게
  • 노석미
  • 18,000원 (10%1,000)
  • 2025-06-05
  • : 868

2018년 출간된 화가 노석미의 사계절 에세이, <먹이는 간소하게>..

이번에 <안주는 화려하게>가 출간되면서 재출간 되었어요.

전 노석미 작가의 그림에 끌렸다가 에세이에서 엿보는 그녀의 삶의 태도에 반했던터라

이미 이 책이 있었지만(읽고 제 주변에 생각나는 이들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빌려준거 같아요),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안주는 화려하게>가 나올 수 밖에 없던 전편 이었더라구요.

매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술과 어울리는 사람들. 함께 하는 음식 이야기였으니

여기에 못다한 이야기는 <안주는 화려하게>에서 이어집니다.

때론 겹치기도 하구요.

<먹이는 간소하게>이야기로 다시 넘어갈까요? 차례부터 귀여운 음식 그림들이 사계절로 챕터가 나뉘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여름'이니까 여름의 음식들이 먼저 들어오죠?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재료는 '토마토'

저도 제가 토마토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가 날도 덥고 휘리릭 샐러드 해먹기도 간편하고 카레나 어떤 이는 찌개에 넣어도 된다해서 조금씩 토마토의 매력에 스며들고 있었거든요.

요즘 새롭게 빠진 '토마토스프'를 이제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생각하며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여봅니다. 냉장고 털이할 때 '토마토스튜'로 분위기 내도 좋겠어요.

그리고 가을엔 꼭 '오미자효소'를 만들어보리라 마음먹어 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음식들에 이 '오미자효소'가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그런건 농사짓는 사람들이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거 아냐 했더니 '오미자 열매'만 구하면 의외로 간단할지도요!


짐작하셨겠지만 <먹이는 간소하게>는 지금 쉬이 구해서, 먹기에 딱인 재료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결코 간단하고 손쉽지는 않은 듯해요. 물론 재료나 요리과정이 복잡하고 힘든 것은 아닌 듯한데

작가의 식재료는 주로 작가의 밭에서 나오거든요.

작가가 '간소하게'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앞에 실린 작가의 말은 이 책을 관통하는 '먹이 철학',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그 부분이 통으로 좋았구요.

단순하고 예쁜 그리고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살고 싶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 살고 싶다.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런 것들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이의 형태와 색감, 냄새 등을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 

먹이에 깃든 사연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먹이를 그린 그림이 꽤 되었다.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비슷한 것도 같다.

'음식'이나 '요리'가 아닌 '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소박하다거나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동물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p.15

  작가가 왜 널린 '집밥, 음식, 요리'등의 단어를 쓰지 않고 '먹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비슷하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 내가 사랑했던 노석미 작가의 선, 색, 단순한 형태지만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그림들이 작가가 먹이를 준비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제된 선과 색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잖아요? 여기엔 딱 이 색. 같은 초록이여도 여기엔 딱 이 초록. 군더더기 없는 선들. 그래서 작가가 소개하는 음식들도 갖은 양념으로 본재료의 맛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그 자체의 담백함으로. 본연의 색과 맛으로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먹이들.

딱 내가 먹을 만큼의 탐닉. 여유가 있으면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음식 하나 만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 삶의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자니

평소 "난 주방일이 제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아 진짜 또 먹을 시간이야. 아 대충 끼니나~ 아무거나 먹어'했던 게으름이 떠올라 내가 놓친것은 정말 단순히 '한끼의 음식'이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음식 그림에 맞아 그맛이지~ 입맛을 다시다보면 페이지는 잘도 넘어가는데 예나 지금이나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송편'에 관한 이야기! 은근 자주 등장하는 어머님과의 추억. 저도 딸들에게 기억나는 그리운 맛의 먹이쯤은 자신있게 내놓고 싶은데 말이죠!

그냥은 없는듯해요.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더해져 딱 내 할만큼, 내가 필요한 만큼의 먹이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제겐 <먹이는 간소하게>가 <먹이는 근사하게>로 읽혔습니다.


이 책은 계절에 맞게 챕터별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재료들(작가처럼 직접 재배할 수는 없겠지만 바로 주변에 식재료가 널렸잖아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을 찾아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물론, 구체적인 개량수치나, 요리과정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조금 애써서 먹고 싶다면

뭐 요리과정 하나 찾는거 일도 아니잖아요? 오늘은 어두침침 비가 오락가락하니 부추전 페이지에 자꾸 눈길이 머뭅니다. 막걸리와 함께 먹어야한다는데~ 둘째가 열이 나네요: 일단 오늘 점심은 뭉글하게 미역국부터 끓어야겠습니다.

노석미 작가의 이번 에세이에 끌렸다면 삶의 이야기를 쓴 또다른기록, <매우 초록>도 추천해요.

사시사철 제 각각 다 때가 있고 즐겨야 할 맛이 있다면

오늘은 어떤 맛을 즐기실 건가요? 우리 간소하지만 근사하게 또 오늘을 맛나게 살아봐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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