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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i2019님의 서재
  • 창밖의 기린
  • 김유경
  • 13,320원 (10%740)
  • 2025-06-18
  • : 5,181

마주본 기린과 아이의 모습으로 가득한 표지. 동물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은 '리버뷰'라는 낯선 세계. 마인드 업로딩 기술로 육체없이 정신만 옮겨놓은 네트워크 세상이라는 설정이 친근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기후위기에 따른 지구 청소 정책으로 인공지능 에모스의 통치하에 있는 세계라니.

익숙한 환경문제에 곧 다가올 AI세상에 대한 경고+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다소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이어질 이야기를 예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드러나는 여러 장치는 예상을 빗나가며 예리하게 질문꺼리를 남긴다.

일단 리버뷰라는 세계가 원한다고 아무나 갈 수 없는 세계란 것.

주인공 재이는 연이은 업로딩 실패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의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지구에 남은 친구와 다른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AI가 통치하는 세상은 당연히 디스토피아일거야~AI는 악당으로 그려지겠지 하는 선입견과 달리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자의식이 있는 에모스의 존재이다.

지구에 남은 인간을 케어하고 지구에 소수의 인간만 남으면 그들이 원할 때만 케어하겠다는 존재.

칭찬을 좋아하고 자신의 평판에 신경쓰는 AI라니. 주기적 여론조사로 행동을 수정하고 자애로운 지도자가 되고 싶은 AI 모습에 웃음이 났다. 최근에도 AI로 업무 외에도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사주며 미래에 대한 전망. 어느새 속마음까지 나누는 존재가 그들이기에. 인간이 모든 세상을 통치할 수 있고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착각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중성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해 지구에 남은 사람들.

재난에서 늘가장 먼저 버려지기 마련인 동물들을 정말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들.

나는 반려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부모를 버릴 수 있다거나, 부모가 자녀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반려동물은 상황에 따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반려동물만 지상에 남겨 두고 리버뷰에 들어간 사람들은 애초에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걸 거야. 정말 너무 이기적이야."

p.81

소라를 만난 뒤로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 재이. 함께 사는 동물을 두고서라도 얼른 가족들이 있는 리버뷰에 가는 것만 바라던 재이에겐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볼수 있다. 재미에게 마음의 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에겐 또다른 면이 있다. 바로 동물을 불법으로 납치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은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살아하는 동물은 자기의 반려동물뿐이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살리기 위해 다른동물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그건 동물을 위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저 어리석은 소유물일 뿐이다.

p.129

또한 재이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애초에 리버뷰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었기에.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게 진짜 내 모습이라며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기로 한 재이.

재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인류가 동물과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본다.

우리는 쉽게 그들을 선택하고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이름을 바꾸어 더 생각해주는 척 하지만,

정말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매일의 더위가 '여름이라 그래'라고 하기엔 참을 수 없을 지경인 요즘~

각종 냉방기에 둘러싸야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도

밖에서 종일을 보내며 이 무더위에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물들을 생각해본다.

꼭 '리버뷰'라는 가상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 자격이 있는 존재들인지.

함께 살아가는 감각에 대해.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주는 "창밖의 기린".

지금 우리 창밖에 우리에게 말거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나는교사다>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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