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요?
파란 하늘아래 선명한 분홍빛, 노랑빛을 떠올려보지만
막상 우리가 마주하는 봄날들은
자주 뿌옇고
비바람이 날리기도 하는 날들입니다.
아직도 겨울인가 싶게 온몸을 움추러들게하는 시린 바람이 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기다리는 것은
늘 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들과, 그 뒤로 고개드는 청명한 연두빛 싹들.
그 대견한 존재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조그만 새싹>에서 만나는 봄도 해가 쨍하니 내리쬐는 색감은 아닙니다.
어쩐지 빛바랜 듯한 색들. 빈티지 색감? 하지만 그 색감이 좋아서 서평을 신청했어요.
'브리타 테켄트럽의 책' 하면 떠오르는 색감과 모양들이 있는데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색과 선들이 모여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작가는 유독 자연의 색을 잘 재연해 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색들도
쨍한 한 두 개의 빛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원서를 찾아보니 독일버전의ㅣ 'Spross'에서 r이라는 글자가 새싹의 모양 같네요.
'조그만 새싹'에도 은근히 새싹 모양을 심어두었으면 어땠을까요?
'브리타 테켄트럽'의 책이 그림만 아름다웠다면 다수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기 힘들었겠지요.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단순한 듯 하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문장과 단어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그만 새싹>속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존재들을 만났습니다.
곁
싹
함께
생기
사랑
조그만 새싹이 자라는 과정에서 꼭 맞는 예쁜 말들도 찾았어요.
우썩우썩
담뿍
조르르
쑥쑥
살랑
번역자님의 세심한 단어 선택에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제목에서 예견되듯이 이 책은 조그만 새싹의 일생 이야기입니다. 태어나 자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여정, 새싹에게나 우리에게나 삶은 힘겨운 여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고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 한 줌의 볕을 찾아서, 내 자리를 찾아서 끊임없이 방향을 틀고 뻗어나가야만 하는 시간들.
어딘가로 향하는지 모르겠고 ,때로는 멈춰있는 듯한 그 시간들.
그 속에서 혼자 틈을 찾고 비집고 나가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하지만
귀뚜라미처럼 뿌리를 지켜주는 이
생쥐처럼 길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이
무당벌레와 나비처럼 앞에서 머물 자리를 찾아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이
기꺼이 품을 내어주고 돌봐주는 존재들 곁에서
우리는 자리를 찾아가요.
마침내 새싹이 제 자리를 찾는 이 장면이
그리고 여러 번 책을 넘기다보니 묵묵히 지켜보는 존재들이 풀 숲 곳곳에 숨어 있었군요.
곁의 도움으로, 기다림으로, 사랑으로
생기있게 뻗어나가는 순간을 지나
드디어 작별인사를 나누는 순간들
삶이 끝난것 같고,
더이상의 성장은 없을 듯한 겨울에도
마침내 다시 오는 봄을 위해 조그만 새싹은 마지막 업을 해내고야 합니다.

달인가 싶었는데 아마도 해인 듯한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어요.
표지에서는 희미하게 한 쪽 뒤로 물러나있던 빛이
어느 장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그 존재가
점점 커지더니
다시 화면의 한 쪽으로 사라지는 장면.
가까이서 함께 하는 생명들 외에도
변함없이 새싹을 지켜봐주는 존재.
작가가 화면 속에 해의 존재를 등장 시킨 이유도 궁금합니다.
지긋지긋한 '각자도생의 시대란' 말 속에서
<조그만 새싹>을 읽으며 공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긋지긋한 '각자도생의 시대란' 말 속에서
공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도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기어이. 해내고야만 보살핌의 하루를 보낸
우리 모두가 함께 볼책이라고 생각해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