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했다고 새해가 보름이 훌러덩 가버렸을까요?
전과 다르게 이제 새해라고 뭐, 거창한 목표보다는
그냥 별일없이 무탈하게~외치다가 또 늘어지는 하루.
아쉬운 하루가 쌓여가고 있던 차, '유쾌상쾌통쾌하게 어서 기지개 펴고 일어나자! '새해 기운을 듬뿍 주는 그림책을 만났어요.

첫 모습부터 반해버린 이 아이, 뜩구
제목의 줄을 뚫고 나온 위풍당당한 모습에 벌써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지금까지 그림책에서 만난 닭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닭그림은 이억배 선생님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었는데 이제 원픽은 뜩구가 될 듯해요. 뜩구는 겉모습 뿐 아니라 매력이 철철 넘치거든요.
그림책을 한 번 찬찬히 넘겨봤을 때 면지에 병아리부터의 닭의 성장 모습 뿐 아니라
목청껏 소리칠 때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살피는 모습
흙을 파헤치는 모습을 앞, 뒤, 옆, 부분 등 닭의 여러 모습을 굉장히 생동감 넘치게 잘 표현됐다 생각해서 작가 소개를 다시 보았습니다.
맨 앞의 작가소개란을 읽어보니, 작가님은 실제 텃밭 농사를 짓고 마당에서 닭을 키우고 계셨군요. 산골에서 날마다 보는 것들고 그림책을 구상하고 만들며 지내시다니!
더 반가운 것은 작가님의 작품을 보니 모두 그림체가 떠오르는 그림책이에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인물이 주가 되는 이야기가 많았고, 뒷집 준범이 같은 경우 굉장히 서정적인 그림체라고 생각했는데 ~ 이전까지 그림책과는 또다른 매력의 뜩구가 나왔군요. 산골생활이 작가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충천해 드린 건 아닐까요?
뜩구는 멋진 수탉입니다.
표지의 눈을 다시 한 번 보세요~ 저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방 훑다가 거침없이 팍~사냥감도 단번에 잡아내는!
배 부르고 등따시게 모래에 지지면 행복지수 상승~ 별다른걱정이 없었는데~
어느날, 뜩구의 가슴에 콕 박힌 질문 하나.
"엄마, 닭은 왜 못 날아? 날개가 있는데."
아기 다람쥐의 천진난만한 이 질문에 뜩구는 느긋하게 뒹굴던 자세를 고쳐잡고 불뚝 일어서게 됩니다.
까마귀는 이야기 속에서 현자의 역할을 할 때가 많은데~
안그래도 심란한 뜩구를 한 번 더 흔드는 까마귀의 조언,
"넌 날개가 문제라면서~ 날개 힘을 기르라고~ 닭이 굳이 왜 날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날고 싶다면 운동을 해라"
전 여기서 뒷 내용을 감히 예상해봤거든요.
닭이 꼭 날아야하나?
요즘에 SNS세상에서 남의 사생활을 의도치 않게 엿보다 보면 --도 해야 하고, --도 가야할 것 같고 ---도 먹어야할 것 같고, 나만 뒤쳐지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데~
아기 다람쥐의 말에 내가 왜 못날아? 하고 반격할 수도 있고
까마귀의 말에 ~ 닭이 꼭 날필요있어? 이렇게 생긴걸 어떡하냐?
무시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전 여기서 멈춰서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제가 요즘 늘 고민하는 것이 뜩구와 같은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이만하면 됐지 하는 순간에 훅 들어오는 질문과 조언들에~
어디까지 반응하고 움직일건가에 늘 망설이기도 하고~ 후회할 때도 많거든요.
네가 뜩구라면~ 다람쥐와 까마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 거야?
뜩구가 날기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높이 나는 것이 뜩구의 삶에 의미가 있을까?
날기로 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닭은 날 수 없다는 것은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닭이 날지 못하는 것처럼 내게도 어느새 '당연한 불가능(?)', 나도 모르게 정해진 한계/선이 있을까?
이제 뜩구의 결말을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시나요?
신기한 것은 아이와 이 책을 덮을 땐 아이가 계속 외쳐요.
뜨뜨뜨뜨 뜩구!
앞으로 으라차차 ! 화이팅 대신 자주 쓸 것 같은 이 말.
뜨뜨뜨뜨~~~~뜨신 이불 속을 차고 일어나
오늘은 나도 모르게 쳐 놓은 어떤 선과 벽을 뜯어내볼까?
이미 3시를 넘어가면 기운이 좀 꺾이진 하지만서도~
외쳐봅니다.
뜨뜨뜨뜨~~~뜩구!!!!!!!!!!!!!!!!!!!!!!!!!!!!!!!!
* 이 글을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