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죄 죽이기
죄를 이겨나가는 즐거움
청교도 신학의 최고봉 이라 하는 존오웬이라지만 그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이 존 오웬의 대표작이라니 가히 궁금함이 앞섰다. 저자는 거듭해서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 거룩한 삶을 열망하라'고 외친다.
태초의 인간이 저지른 죄로 인해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라는 다소 불편한 출발은 우리가 그 죄를 여전히 물려받으면서 죄의 인간으로 태어나고 죄를 지으며 살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할 때 돌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는 고백이 있어야 이 책은 의미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죄를 죽이려 죄를 자각하지 않거나 잊음으로 도리어 죄에 더욱 얽매이게 됨을 우리는 잘 안다. 어떤 죄는 무디어졌고, 어떤 죄는 심하게 가슴을 누르고, 또 어떤 죄는 기도하는 중 갑자기 생각남으로 바로 회개로 이어지는 것도 있다.
죄의 대한 그리스도인이나 현대인의 생각은 언제나 강박관념으로 다가온다.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며 죄가 늘 우리옆에 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실제로 죄를 짓지 않고 살기가 어디 그리 쉬웠던가? 죄의 움직임이라는 것이 외관상으로는 고요해보이지만 그것은 조류의 움직임이 활발한 매우 깊은 바닷물과 같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 인생은 어찌보면 죄가 극단으로 내 딛는 것을 동조하거나 방조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제목이 좀 불편하다. '내 안에 죄 죽이기' 과연 죽일 수 있나? 내 의지로 내 안의 죄가 다 사라지게 할 수는 있는 것인가? 처음에 이 책을 접할 때 솔직히 약간 이단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죄를 죽일 수 있다는 이론이 자못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책은 이론을 떠나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은혜 안에서 죄의 지배를 벗어나라고 주장한다. 또한 마음의 죄를 느끼고 늘 인식하며 염두에 두라고 가르친다. 분명히 우리 안에는 죄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므로 우리 안에 있는 죄는 은혜를 통하여 이겨 내야만 진정 죄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죄에서 해방되고자하는 열망이 없다면 결코 구원 받을 수 없다. 우리는 육체의 병이 생기면 괴로운 나머지 바쁘게 치료한다. 마찬가지로, 영혼의 병인 죄도 초기에 발견하여 신속히 치료해야만 한다. 한번 악을 행하기는 어렵지만 그게 쌓이다 보면 악행이 점점 커지고 나중엔 그 행동이 악인줄도 모르고 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원에 땅을 일구어 귀중한 화초 씨인 은혜를 받아 심었지만 주위에 잡초같은 죄를 방치해선 은혜가 자랄 수 없다. 우선 죄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죄와 싸워 이기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죄 죽이기 보다는 은혜를 어떻게 자라게 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더 좋다. 또한 중요한 것은 죄 앞에서 겸손해야 함을 배운다. 가장 하나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모세와 바울도 그들의 지식이 온전함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그들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지식이란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죄로 인하여 그리스도를 찔렀다는 걸 항상 기억하라. 우리는 죄의 결과에 대해서만 동요하지만 우리 안에는 무수히 많은 여러 종류의 죄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늘 죄에 대한 경계를 가져야하며 스스로 죄 앞에 겸손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죄를 죽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다만 다스리려는 노력을 죽을때까지 경주하며 사는 법을 배웠다. 9장에서 이 책의 결론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죄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일 들이다. 죄를 통제하기 위해선 그리스도의 죽음의 토대위에서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내안의 죄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성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결론을 짓는다.
"이와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이 책의 한문장 한문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죄를 이겨나가는 즐거움도 같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죄를 다스리고 싶은가? 거룩한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럼 은혜안에 거하면 된다.
존 오웬 (John Owen, 1616-1683) 존 오웬은 영국 청교도 신학자와 설교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청교도의 황태자’ 또는 ‘영국의 칼빈’이라고 불리며, 어거스틴, 루터, 칼빈, 조나단 에드워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회사 최고의 영적 거인 중 한 사람이다. 존 오웬은 열두 살에 옥스퍼드의 퀸즈대학에 입학해 1632년에 학사, 1635년에 석사를 마쳤으며, 후에 옥스퍼드 부총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오웬은 십대 학창시절 동안 매일 18∼20시간씩 엄청나게 공부에 매진하면서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와 같은 고전어의 통달과 고전문학과 역사와 철학과 랍비문학에 대한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았으며, 아우구스투스를 비롯한 고대 교부들,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중세 스콜라 신학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바탕 위에 개혁신학을 구축하여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의 선구자가 되었다. 오웬은 학문과 경건을 결합한 대표적인 인물로서 히브리서에 관한 교회사 최고의 책이라 할 수 있는 4000페이지 7권으로 된 히브리서 강해를 비롯하여 주옥같은 50권 이상의 단행본과 수많은 설교들은 1850∼55년 굴드에 의해 24권의 전집으로 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