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0월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20년 뒤인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가 맨해튼 상공을 가로질러 패권국가 미국의 아이콘이었던 무역센터 쌍둥이 타워에 돌진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두 사건의 공동점은 과격 이슬람단체의 소행이라는 것이고 그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이가 사이드 쿠틉이라는 것이다. 그는 흔히 '이슬람 원리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운다. 이 말은 그의 삶과 사상이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 전반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단체의 구성원들이 필독하는 혁명의 교과서이자 알 자와히리와 오사마 빈 라덴이 스승으로 여기는 사이드 쿠틉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이 책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단순히 무장 세력을 선동하기 위한 책자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화의 길목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이슬람권의 내부 갈등과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현대 이슬람 사회와 이슬람 정치운동을 논한다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책은 이미 전 세계 14억 무슬림들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이자 흔들림 없는 삶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자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으로 이웃 종교인 이슬람의 기본 원리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할 필요도 있어서 선택한 책이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이슬람은 국가나 민족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결국 국내로 그 세력을 확장할 것이고 이 책에 대한 의미는 앞으로 더 도전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라 일라하 일랄라 ―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진리를 향한 이정표>에서 저자는 현재 이슬람권의 상황이 이슬람 이전의 상황인 ‘자힐리야(신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 이슬람 출현 이전의 시기 또는 그 상태)’라고 규정하며 이슬람 질서와 타락하고 무지한 자힐리야의 질서라는 철저히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비 이슬람적인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슬람의 신성 가르침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 설명하며 이런 현상이 가져온 결과로 인간은 개인의 욕망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삶을 살아갈 뿐이라 주장, 그 해결책이 바로 이슬람 이념을 바탕에 두고 오직 알라에 대한 완전한 복종을 통해 지하드를 통해 자힐리야를 제거하고 이슬람 사회를 부활시켜야한다는 행동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치를 해석하면서 이슬람의 태동부터 지하드가 필수불가결한 원리였음을 밝혀내고 있다.
쿠란적 방식의 본질에 대한 해석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무슬림의 삶의 영역에까지 파고들어가 있다. 이슬람은 단순히 정치와 권력 경제적 집단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진리를 향한 이정표>는 이슬람적 삶의 방식은 철저히 종교적이며 실천적 삶을 요구하는 신앙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무슬림 공동체가 믿고 의지해야할 것과 싸워야할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알라를 위해 그리고 신앙적 삶의 방식의 고수를 위한 투쟁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취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지 어느 한 사상가의 영향이 아닌 쿠란의 메시지의 본질에 대한 해석과 무슬림 공동체의 삶의 정신을 담고 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무슬림의 행동을 단순히 종교적 행위에서만 찾고 접근하는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책속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쿠란을 제외한 이슬람 종교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꼭 읽어야할 책으로 소개되는 이유를 가르쳐 준다.
이론적 지침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실천적 지침서
종교의 기본은 믿음에서 나오는 신앙의 삶의 지침과 변화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단순히 이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원리주의자들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과격하게 그리고 무모하게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원리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가르침을 지키는 삶의 실천이기에 그들 자신에게는 모순이 없다. 진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통해 저자는 무슬림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삶을 가르친다. 지나칠 정도로 과격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늘날 이슬람이 세속화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고 지켜지는 길이자 진리라는 점에서 굳건한 지지속에서 유지될 것이다. 충돌하는 두 문명 즉 이슬람과 그 이외의 세상이 조우하고 융합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이슬람문명의 부흥을 꿈꾸던 혁명아 사이드 쿠틉
사이드 쿠틉은 이슬람 문명의 부흥 더 나아가 이슬람이 인류의 리더쉽을 확보하고 현대 서구 문명이 갖지못한 질적인 가치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상당히 놀라운 비젼을 제시한 학자였다. 이슬람만이 가진 질적인 가치 중 최고의 것은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세상 모든 민족들이 종교다원화나 신의 권위를 부정하는 세상(자힐리야)에 살지만 무슬림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오직 알라만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집필동기로 이것이 진리이며 이를 위해 선봉에 서는 자들을 위한 이정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쿠란과 하디스(마호멧의 언행록을 기록한 책)를 지목한다. 그리고 세속주의나 타종교에 물들지 않은 이슬람의 순수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슬람 초기의 독특한 배움의 방법이다. 쿠란의 가르침을 행하게 하는 것. 그를 위해 많은 구절이 아니라 최대 10구절 이내의 경전을 암송하고 몸소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다. 쿠틉은 학자로서 쿠란을 대한 것이 아니라 행동가로서 쿠란의 가르침을 대하는 것이 이슬람의 순수한 근원으로 들어간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금껏 각자가 살아온 자힐리야와 단절을 주문한다. 그는 이 단절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론을 모색하며 그 자신이 실천적 삶을 경주한 궁극적으로 이슬람 문명의 부흥을 꿈꾸던 진정한 혁명아였다.
"모든 영광을 알라에게! 나는 15년동안 지하드를 수행했고, 이제 순교자의 길을 간다." (1966년 4월 사형판결을 받고)